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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故신해철 사건]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의료분쟁 관련 법 개정 이뤄질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4-12-01 05:45


5일 고(故) 신해철이 친지와 동료 가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가족장을 치뤘다. 고인의 시신은 생전 그의 작업실과 자택을 거쳐 서울 원지동 추모공원에서 화장된 후 안성시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됐다. 신해철 소속사 측은 유토피아추모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 대한 입장과 의료 소송 여부 등을 밝혔다. 추모관에 故신해철에게 보내는 팬들의 편지가 함께 걸려있다.
안성=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1.05

5일 고(故) 신해철이 친지와 동료 가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가족장을 치뤘다. 고인의 시신은 생전 그의 작업실과 자택을 거쳐 서울 원지동 추모공원에서 화장된 후 안성시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됐다. 신해철 소속사 측은 유토피아추모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 대한 입장과 의료 소송 여부 등을 밝혔다. 신해철 유가족 대표단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안성=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1.05

"(신해철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는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었다. (그가 살아있다면) 욕을 먹으면서도 '100분 토론'에서 이 주제로 논하고 있는 게 가장 남편에게 어울렸을지 모르겠다. 억울하거나 힘들 수 있는 의료사고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계기로라도 남는다면 아마 그것으로 남편이 위안을 삼지 않을까 싶다."

고(故) 신해철 부인 윤원희씨는 2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당혹함과 한없는 슬픔 속에서도 아내는 조금 더 발전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의료 사고와 분쟁, 승산 없는 길고도 외로운 싸움 속에서 이중으로 상처받고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산산하게 흩어진 용기의 조각들을 애써 모아 카메라 앞에 섰다.

의료사고와 관련한 진상 규명에 놓인 신해철의 죽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유명 가수의 희생이 의료분쟁 관련 법 개정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료 행위는 인간의 행위 영역이라 사고의 위험이 공존한다.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이는 생명의 앗아감이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의료사고 피해자의 승소율은 매우 낮았다. 소송 양 당사자 간 의료 지식의 엄청난 간극 때문이었다. 의료 지식의 독점으로 인해 사고, 과실 여부를 판단해줄 객관적 제3자가 사실상 없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경찰에 형사고소를 하면 수사관은 고소인과 피의자인 의료인을 차례로 불러 진술을 듣는다. 이후 의사협회에 감정 촉탁을 한다. 결과는 대부분 무혐의 불기소처분. 공식화된 관행이었다. 왜 그랬을까. 수사관들은 의료 지식 부족으로 객관적 제3자가 되기 힘들다. "의료란 전문분야에 대해 비전문가라 의사협회 감정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의뢰를 맡은 의사협회는 정 반대다. 의료 지식은 풍부하나 객관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넓은 의미에서 피 고소인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 자신들이 고소를 당할 수 있다는 미래의 개연성에서 그렇다. 선뜻 피해자 손을 들어주는 감정 결과를 내놓을 수 없는 이유다. 지식이 있지만 그들의 판단에 맡기면 '가재는 게편'이듯 의료인은 동료 의료인에게 불리한 감정을 하기 힘들다. 인지상정인지라 이를 의료인 탓으로만 돌리기도 힘들다.

의료사고 형사사건은 다른 영역의 형사사건에 비해 검사의 기소율이 매우 낮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지적했듯 의료 사고 기소율은 1%에 채 미치지 못한다. 하늘에 별을 따듯 기소가 된다한들 최종 판결까지는 수년 간의 세월이 흐른다. 실체적 진실에의 접근은 물론 합리적인 보상과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징계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현실이 이러하니 피해자들은 사고를 입증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현실은 좌절감. 문제 해결 방법은 시스템 뿐이다. 의료인에게 판단을 맡기더라도 철저히 객관적인 외부 감시 기능이 필요한데 제도화된 장치는 전무한 현실. "양심에 맡기겠다"는 말은 법리적으로 쓸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의료사고 개연성 있는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경찰청에 의료사고 수사전담반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의료 분쟁 판단을 위한 객관적 시스템 구비에 대한 꾸준한 요구. 신해철 죽음은 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선 유명인의 죽음에 대한 진실찾기가 매스컴에 연일 비중있게 보도되며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는 사실은 실질적 제도 개선에 실낱같은 희망을 던지고 있다. 물론 속단은 이르다. 3년 전 중견배우 고(故) 박주아 사망 사건은 결국 의료 사고 판정을 받지 못했다. 지난 2011년 박주아는 신우암으로 로봇수술을 받다 십이지장에 2.5cm 천공이 발생했다. 결국 수술 중 발생한 십이지장 천공 및 응급수술 지연 속에 박주아는 중환자실에서 한번도 깨어나지 못하고 한 달만에 세상을 떠났다. 박주아씨 유족은 장례 후 의무기록지를 확인한 뒤 의료사고 개연성을 인지했고 2011년 7월 4일 의료진을 형사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1년 6개월만인 2012년 12월 27일 의사협회 감정 결과를 토대로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유명인으로 사회적 관심이 컸던 사건이었음에도 불구, 의료소송에서 환자가 승소할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준 사건.

신해철 사망사건은 의료사고 개연성이 있는 환자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때 유족의 대처 요령을 보여준 사례가 될 수 있다. 신해철 유족은 장례를 잠시 미루고 형사고소와 함께 부검 의뢰를 했고 병원에서 의무기록지를 신속히 확보했다. 경찰은 증거인멸을 우려해 신속하게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 했다. 의무기록지 발행은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에게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어 신속한 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CCTV나 수술영상 등은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확보할 수 없다. 따라서 형사사건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경찰은 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신속히 시행해 주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이는 쉽지 않은 이야기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경찰이 병원을 압수수색한 전례는 그리 많지 않다.


소송 당사자 간 지식 불균형이 있는 의료 분쟁. 문제가 있다면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피해자 정당한 자료 확보를 위한 시스템과 1차 조사기관인 경찰의 객관적 판단이 가능한 시스템 완비를 위해 국회 차원의 논의와 필요에 따른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의료인을 무차별적인 소송 남발의 사각지대로 몰아가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 의료인의 명백한 과실 여부에 대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조차 없는 현재의 시스템은 정상적이지 않다. 납득할 만한 억울함에 대한 필요성. 지금도 많은 의료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자신의 무능력으로 받아들인 채 자책하는 이중 고통 속에 놓여져 있다. 신해철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출처=SBS 방송화면 캡쳐.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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