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넘긴 '카트', 500만 영화 될만한 세가지 이유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4-11-20 08:03



'인터스텔라'는 광풍에 가깝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예찬론이 쏟아져 나오고 영화 속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이들도 많다. 이 가운데 우리 영화들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카트'가 박스오피스 2위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거침 없이 부는 '인터스텔라' 광풍 속에 '카트' 역시 결코 쉬운 상황은 아니다. 배급사도 대기업이 아니라 스크린도 '인터스텔라'의 절반도 안되는 523관(18일) 정도만 확보했을 뿐이다. 하지만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서 '카트'는 이렇게 쉽게 극장에서 사라질 영화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왜일까.

이유1. 연기파 여배우들의 향연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영화인데다 배우들의 흠잡을 곳 없는 연기가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카트'는 제작자부터 감독 배우까지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제작자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부지영 감독, 그리고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천우희 등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심 대표는 인터뷰에서 "여자들 이야기이고 그것도 가장 힘이 없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이야기라서 우리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여성의 삶을 아는 사람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여성 감독과 작품을 하게 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리고 부 감독과 배우들은 극중 '더마트' 직원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엄마가 가진 생활력이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선희 역의 염정아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등장해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 역을 소화해냈다. 문정희는 싱글맘 비정규직 계산원 혜미로 분해 똑부러진 리더십과 모성애 등 다양한 감정을 선보인다. 극중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역의 문정희는 "이 부분 때문에 '카트'를 꼭 하고 싶었다"고 말할 만큼 캐릭터에 애착이 강해 보인다. 게다가 김영애 천우희 등 최근 한국영화에 없어서는 안될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극을 완성시켰다.


이유2. 무겁지만 않은 잔재미

사실 마트의 비정규직 이야기라는 것으로 인해 자칫 너무 무겁게만 흐르는 것 아니냐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카트'는 곳곳에 잔재미를 깔아놓아 보는 이들을 웃게 해준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선희의 딸 민영(김수안)의 활약이다. 어두운 분위기의 태영(도경수)와 달리 민영은 극의 활력소다. 귀여운 외모에 어른인지 아이인지 아리송한 대사들, 그리고 "전 라면보다 김이 더 좋아요"라며 끊임없이 김을 먹는 모습 등은 관객들은 '민영바보'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새침한 계산원 미진(천우희)과 옥순(황정민)의 러브라인(?) 역시 보는 이들을 미소짓게 한다. 처음 티격태격하던 이들이 같이 연극을 하고 마지막에는 서로 부둥켜 안는 모습이 가슴 찡하게 만들기도 한다. 태영(도경수)와 수경(지우)의 진짜 러브라인도 풋풋하다. 수경으로 인해 변해가는 태영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유3. 강요하지 않는 메시지

'카트'는 많이 알려졌듯 사회적 약자들에게 힘을 주자고 만든 영화다. 대중들이 왜 사회적 약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하는지를 아주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메시지가 너무 강압적이지 않은 것 또한 '카트'의 매력이다.

혜미 역의 문정희는 인터뷰에서 "혜미의 갈등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내가 혜미 같은 상황이었어도 엄청나게 힘들었을 것 같다. 누구나 혜미가 될 수 있고 혜미가 처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혜미가 변해가는 과정을 많이 촬영했지만 많이 편집됐더라. 영화적으로는 그게 옳은 것 같다. 감독님이 나에게 '섭섭해요?'라고 물어봤지만 '아니다'라고 답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혜미처럼 다른 캐릭터들도 관객들에게 '공감해주세요'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천천히 느끼도록 만들어 공감이 간다.

지난 18일까지 '인터스텔라'의 누적관객수는 525만6307명이다. '카트'의 누적관객수는 49만5771명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