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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 속 꽃누나는 영원한 소녀였다. 남은 자들에게 "괜찮다"는 위로를 던지 듯 티 없이 환한 웃음 뒤로 운구가 시작되자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든 듯 손에 잡히지 않는 흔적들을 부여잡으며 "가지마 가지마"라며 오열했다.
이어진 발인식은 가족과 지인들의 눈물로 바다를 이뤘다. 위패와 영정이 앞선 가운데 교인들이 고인을 운구했다. 그 뒤를 따르던 오승근은 아내를 떠나보내야 하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고인의 관 위에 손을 얹으며 슬픔을 억눌렀다. 고인을 운구차에 모신 후에도 절친한 동료들은 운구차를 붙잡고 "언니 가지마"라며 오열했다. 이경실은 끝내 조형기 품에 안겨 소리내 울었고, 박미선, 이성미, 송은이는 서로 어깨를 보듬으며 슬픔을 토해냈다. 강부자와 윤소정 등 중견배우들도 비통한 표정으로 연신 눈물을 닦았다. 울음소리 섞인 구슬픈 찬송가가 고인을 배웅했다.
발인식이 끝난 후 만난 강석우는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냈지만 특별히 더 믿어지지 않는 죽음인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고인은 데뷔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친하게 지내온 누님"이라며 "저와 드라마도 같이 하고 라디오도 같이 하고 토크쇼도 같이 했다. 가족끼리도 친해서 늘 시간 날 때마다 모여서 놀러가곤 했다"고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이어 "누님이 몸이 아파 고생을 했기 때문에 어쩌면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영면하시는 게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함께 토크쇼를 진행할 때도 너무 힘들어서 본인 해야 할 질문을 못하고 제 손을 잡으면서 대신 해달라고 했던 적이 있어서 그 고통을 잘 알고 있다. 결국 토크쇼를 그만 두고 다른 분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지만, 그후 누님이 방송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병이 낫는 줄 알았다. 이렇게 떠나시고 나니 진작 찾아뵐 걸, 전화라도 하고 만나볼 걸 하는 후회가 많이 남는다. 가장 믿기지 않는 헤어짐인 것 같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전 8시 50분 즈음 고인을 태운 운구차와 가족들이 탄 버스는 서울 원지동 추모공원으로 향했다. 고인은 이곳에서 화장된 뒤 경기도 분당 메모리얼파크에서 영면에 들었다.
장례 기간 내내 고인의 빈소에는 수많은 동료들이 찾아와 고인을 애도했다. 배우 나문희 김미숙 이승기 이지아 이광기 윤소정, 방송인 유재석 강호동 김종민, 개그우먼 이성미 박미선 김을동 등이 직접 빈소를 찾았다. 또 배우 송혜교 유인나 등 많은 동료 후배 연예인들이 빈소 입구에 다 놓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조화를 보내 고인을 애도했다.
김자옥은 1970년 MBC 문화방송 2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40여년간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쳤다. 지난 1996년에는 가수 태진아의 권유로 가수로 데뷔해 '공주는 외로워'를 발표, 60만 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3년 김수현 작가의 SBS '세번 결혼하는 여자'가 마지막 드라마. 올 초에는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서 감성이 넘치는 인간적 모습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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