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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웃고 있는 여자보다 한 번 씨익 웃어주는 여자의 미소. 얼마나 희소성 있는가. 모든 일을 허투루하는 법 없이 완벽한 그녀에게도 빈틈이 있다면? 차갑고 도도할 줄만 알았던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만 서면 헛물만 켜는 쑥맥이라면 어떨까.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이하 '내그녀')'의 차예련이 그랬다. 극 중에서 스펙이면 스펙, 외모면 외모, 넉넉한 집안 출신에 다 가진 그녀가 짝사랑 앞에서는 실수투성이 허당녀가 된다.
"드라마 첫 촬영 때 떨리더라고요. 촬영 3,4일 전부터 드라마 촬영 패턴에 맞춰 준비를 나름대로 하고 시작했는데도 떨려서 스태프들에게 '나 왜 이렇게 떨려?'라고 말할 정도였죠. 아무래도 어린 친구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긴장도 있었겠지만, 역할에 대한 욕심도 컸었던 것 같고요. 근데 왜 이렇게 (정)지훈 오빠는 잘하는지, 제가 많은 남자 배우들과 일해봤지만 지훈 오빠같이 현장에서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가는 사람 처음 봤어요. 하하."
차예련에게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차세대 패셔니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매번 그가 입고 걸고 들고 나오는 패션은 순식간에 실시간 화제가 된다. 그 뿐 아니다. 톱스타라 할 지라도 브랜드 이미지에 맞지 않으면 초대를 거부 당한다는 명품 브랜드 행사 요청도 쇄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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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니스타란 말이 너무도 고마운 말인 것을 알면서도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을 때는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했죠. 어느 기자 분이 '행사장에만 얼굴을 비추는 스타'라고 썼을 때는 소속사에 '앞으로 이런 행사 절대 잡지 말라'라고 말 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믿고 따르는 언니가 이런 말을 해주더라고요. '네가 연기를 하거나 쇼장에 가거나 내가 너를 알 때나 모를 때나 차예련은 차예련으로 보이더라. 어떤 위치에서 어떤 모습으로 하고 있어도 차예련이 차예련으로 보이면 되는 거 아니겠니'라고 말이죠.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랬어요. 연기하는 차예련도 행복했고 예쁜 옷을 입는 차예련도 행복했더라고요."
이어지는 한마디. "서른이 되면서 내려놓기를 한 거 같아요. 조바심이란 게 덜 하더라고요. 욕심이랑 조바심은 다르잖아요. 패셔니스타라고 불리는 데 부담을 느꼈던 것도 어쩌면 조바심 때문이었겠죠.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가 중요하게 느껴졌으니까요. 이제 10년을 했잖아요. 차를 사도 백을 들어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 대해 '내려놓음'이 조금씩 되는 것 같아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좋은 사람들과 순대국밥을 호호 먹으며 즐거움을 찾을 줄 아는 그런 때가 된 것 같더라고요. 아둥바둥 한다고 꼭 내가 원하는 것이 얻어지는 것도 아닌데요. 뭘"이라는 너스레. 인터뷰를 마칠 무렵 그녀가 과연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희소성'이란 무기를….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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