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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인터스텔라'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6일 개봉한 '인터스텔라'는 지난 10일까지 213만 관객을 모으면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메가폰을 잡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한국에서 현재 할리우드 스타 못지 않은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SF 스토리에 과학적 이론 그리고 가족애까지 담아내 한국에서 열광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놀란 감독 본인도 이같은 관심에 기뻐했다. 지난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놀란 감독은 "너무나도 신난다. 고맙고, 좋다. 판타스틱. 너무 좋아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의도적이었다. 감성적인 것,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차가운 우주와 따뜻한 인간 감성의 극명한 대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며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가 무엇인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국의 영화팬들이 '인터스텔라'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것은 구체적인 설정과 리얼리티가 주요인이다. 늘 놀란 감독의 영화 대본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친동생 조나단 놀란은 이번 작품을 위해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4년동안 상대성 이론을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천체 물리학자인 킵 손 박사가 제작자로 참여하기까지 했다. 이같은 노력이 '인터스텔라'를 명작의 대열에 들어서게 할 수 있었던 것. 영화 속에 등장하는 '웜홀'이나 '블랙홀' 그리고 시간의 상대성 등은 그간 영화에 등장했던 그것들보다 가장 현실적으로 묘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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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할리우드 안에서도 놀란 감독의 '안티'(?)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우선 컴퓨터 그래픽(CG)를 대부분 배제하고 직접 세트를 만들어 촬영하는 방식은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투입해야한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미식축구장신도 CG가 아니라 실제 세트를 지어서 촬영을 했고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대규모 옥수수밭도 영화를 위해 실제 경작했다. 황사는 골판지를 갈아서 대형 선풍기에 날렸고 4.5톤이 넘는 우주선도 실제 제작했다. 제작된 우주선은 아일랜드 빙하 촬영을 위해 조각내어 공수됐다.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디지털 카메라 대신 35mm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것도 그렇다. 디지털로 촬영을 하면 전세계에 쉽게 영화를 공급할 수 있지만 필름은 물리적인 이동이 필요하다. 아니면 디지털로 변환을 해서 다시 전달해야하는 수고를 해야한다. 배급에 있어서도 놀란 감독은 그리 반길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그의 리얼리티를 위한 노력은 무시할 수 없지만 함께 일하는 제작진들의 고충은 알만하다"며 "할리우드니까 가능한 시스템이지 다른 나라에서는 영화 감독을 하기 힘든 스타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인터스텔라'의 미국 흥행성적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지난 주말까지 '인터스텔라'는 4750만 달러를 벌어들여,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빅히어로6'의 5621만달러에 못미쳤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당초 파라마운트가 5000만 달러를 예상했지만 그에 미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인터스텔라'를 통해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이 영화로 블랙홀을 연구하던 제작진은 새 논문까지 두편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중성 면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아직 물음표라고 할 수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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