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재자''국제시장''아빠를 빌려~' 짠한 '아버지들'이 몰려온다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4-11-05 05:48



최근 부성애를 다룬 영화들이 봇물처럼 나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힘없는 아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화계가 '부성애'로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30일 개봉한 '나의 독재자'는 아들을 위해 평생을 김일성 대역으로 산 아버지 성근(설경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설경구는 최근 인터뷰에서 "마지막 장면에서 성근이 '리어왕' 대사를 하는 것은 오로지 아들 태식(박해일)을 위한 공연이다"라며 "'리어왕' 대사를 할 때는 성근이 오계장(윤제문)이 아니라 CCTV를 보고 연기를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성근이 한을 푸는 장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첫 공연을 보러온 아들 앞에서 큰 실수를 한 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 평생을 산 아버지의 '부성애'가 애틋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나의 독재자'보다는 가벼운 코미디물이다. 하지만 소재는 역시 '부성애'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10년째 백수 아빠(김상경)를 딸 아영(최다인)이 학교 아나바다 행사에 내놓으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집에서는 아내의 구박을, 밖에서는 사고만 치는 백수 아빠 태만을 보다 못한 천방지축 딸이 아빠를 내놓은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아빠 렌탈 사업을 시작하는 것. 태만이 슈퍼맘 지수(문정희)에게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물건 취급을 당하는 백수에서 모두가 필요로 하는 만인의 아빠로 거듭나는 '백수아빠 렌탈 프로젝트'라는 독특한 소재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또 씬스틸러 채정안, 조재윤, 방민아, 남보라의 연기가 더해져 극장가에 웃음과 감동을 줄 전망이다.

12월 개봉 예정인 '국제시장'은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는 덕수(황정민)를 통해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60~7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독일 탄광과 베트남전까지 등장하며 당시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그릴 예정이다.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연출하는 첫 시대극이라는 점도 관심거리다.

물론 세 작품 모두 아버지라는 주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다르다. '나의 독재자'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현대를 사는 무능력한 아빠의 모습을 통해 사회를 비판하고 '국제시장'은 역사적 사실을 통해 우리 아버지들의 힘든 삶을 조명하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장르는 모두 다르지만 세 영화가 다루는 것은 '부성애'를 표현하는 방식이다"라며 "시대나 상황에 따라 부성애가 표현되는 방식이 다르지만 이를 통해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찾자는 주제의식은 같다, 최근 부성애가 소홀히 여겨지는 것에 대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자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성애를 넘어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행복을 되돌아보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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