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원작 드라마 엿보기] 만화 원작 드라마, 망작 vs 성공작 차이점은?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4-11-04 08:24



만화 원작 드라마 열풍이다.

최근 tvN '미생' '라이어 게임', KBS2 '내일도 칸타빌레' 등 만화 원작 드라마들이 연달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원작 드라마. 이전에도 많았다. '아름다운 그대에게', '꽃보다 남자', '닥터 진'(원작 '타임슬립 닥터 JIN)', '아이 엠 샘'(원작 '교과서엔 없어'), '공부의 신'(원작 '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 '장난스런 키스', '궁', '예쁜남자' 등 수많은 만화 원작 드라마가 만들어진 바 있다.

원작은 모두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끈 작품.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에 대한 온도 차는 컸다. 전반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지 않았다. 시청률 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거나 호평 받았던 작품은 '궁'(평균 시청률 23.6%, 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공부의 신'(21.6%), '꽃보다 남자'(25.59%), '미생'(3.18%,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정도. 다른 작품들('아름다운 그대에게' 7.65%, '닥터진' 12.7%, '장난스런 키스' 4.94%, '예쁜남자' 4.3%)은 대부분 시청률 참패 혹은 혹평 속에 막을 내렸다. 특히 한국 만화보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실패 확률이 높았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런 현상은 왜 벌어지는 걸까.

드라마화에 성공한 작품은 대체로 원작의 맛을 그대로 살려냈다. 그런데 한국 만화와 달리 일본 만화는 일본 정서를 우리네에 맞게 변형시켜야 한다는 난제가 있다. 국내 정서에 어필하면서도 이미 원작을 접한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극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변질이 생긴다. 없던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만들어진다. 이 뒤바뀐 설정은 항상 원작 팬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극의 메인 플롯이다. 일본 만화나 드라마는 사건의 개연성이나 캐릭터의 현실성, 혹은 당위성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사건'과 '주제' 위주로 툭툭 스토리를 전개해간다. 반면 국내판은 현실성과 당위성을 부여하려 애쓴다. 여기에 악녀,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받는 여주인공, 삼각관계 등 '한국 드라마'적 요소들이 '어쩔 수 없이' 끼어든다.


예를 들면 '꽃보다 남자'는 F4와 여자 주인공 츠쿠시의 성격과 배경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이후 '안하무인' 츠카사와 '여장부' 츠쿠시의 초등학생에 가까운 티격태격 연애 행각을 보여준다. 츠쿠시와 루이의 관계는 동경에 그칠 뿐 더이상의 삼각관계로 진전되진 않는다. 그러나 한국판 '꽃보다 남자'에서는 츠카사 캐릭터가 '츤데레'(처음엔 퉁명스럽고 새침한 모습을 보이지만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 부끄러워한다는 뜻을 가진 인터넷 용어)로 변신했다. 금잔디(구혜선)는 고가의 선물을 척척 받아내며 구준표(이민호) 윤지후(김현중)와 깊은 삼각관계를 구성, '희대의 어장관리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쿨녀'였던 츠카사의 약혼녀 시게루는 구준표를 무릎 꿇릴 정도로 악행을 일삼는 하재경(이민정)으로 묘사됐다.


'라이어 게임'도 마찬가지. 원작은 심리전에 기초를 뒀다. 자신도 모르게 휘말린 '라이어 게임', 복수와 돈을 목적으로 한 서바이벌에 남겨진 이들이 주최자와 그 목적을 추적하고,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서로를 속이고 속는 과정이 박진감 있게 그려진다. 하지만 국내판은 다르다. 공개 방송 형태로 게임을 진행한다. 무작위 추첨제가 아니라 '선한 사람'을 찾겠다며 게임 참가자를 뽑는다. 게임 패자는 받았던 돈을 주최측에 갚아야 한다는 패널티도 없어졌다. 조력자 찬스도 새로 생겼다. 이런 변화는 현실성을 더했을진 몰라도 원작 특유의 긴장감과 임팩트를 떨어트렸다는 평이 많다.


'내일도 칸타빌레' 역시 원작과 차이가 있다. 원작이 클래식에 집중하면서 주인공들의 삼각관계나 치아키-노다메의 가족사는 살짝 뒷전이었다면, 국내판은 이에 대해 좀더 상세한 설명을 붙였다. 설내일(심은경)-차유진(주원)-이윤후(박보검)의 깊은 삼각관계가 예고됐고, 차유진의 모친은 난데없이 학교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치맛바람을 몰고왔다. 청렴한 학장과 속물 근성에 찌든 이사장의 대립 구도 역시 한국 드라마의 기본 플롯을 따른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한국 만화는 드라마와 기본 정서가 비슷하기 때문에 작품을 조금 변형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 특히 학원물이나 연애물의 경우엔 소재나 인물 관계가 만화에서도 비슷하게 그려져 극적 요소를 과하게 넣을 필요가 없다. 우리가 직접 일상에서, 혹은 주변에서 겪었거나 들었던 일이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도 쉽다. 하지만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출연진 싱크로율 문제부터 하나하나 지적받기 때문에 원작의 인기가 부담 요소가 되기도 하고, 배우들도 캐릭터 파악 및 표현이 쉽지 않다. 더욱이 국내 정서를 완전히 따를 수도, 일본 정서를 완전히 지울 수도 없어 문제가 생긴다. 심한 경우에는 제목부터 하나하나 일본 측에 컨펌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결코 편한 제작 환경은 아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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