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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과의 작별, 떠나지 못하는 팬들의 발걸음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10-30 08:32


故 신해철의 빈소가 28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신해철은 지난 17일 장 협착증 수술을 받은 후 퇴원했으나, 20일 새벽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후 22일 오후 2시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혼수상태로 내원해 응급수술을 포함한 최선을 치료를 했으나, 27일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고인의 발인은 오는 31일 9시에 엄수된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마왕'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한 발걸음이 둘째 날에도 하루 종일 분주하게 이어졌다. 영정 속 '마왕'은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지만 그와 눈을 마주친 팬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쏟았다. 차마 빈소를 떠나지 못하고 붉어진 눈으로 주변을 서성이거나 이어폰으로 그의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팬들은 그렇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故) 신해철의 음악을 추억하며 그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29일 오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은 고인을 추모하려는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유모차에 아이를 데리고 온 여성팬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팬과 흰머리가 언뜻 비치는 중년팬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조문객이 찾아왔다. 그중에서도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30~40대가 가장 많았다. 점심 시간 즈음에 직장인들이 한꺼번에 몰렸고,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조문객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5명씩 한꺼번에 조문을 해도 차례를 기다리는 줄은 금새 또 길어졌다. 빈소에 흘러나오고 있는 노래 '민물 장어의 꿈'이 슬픔에 잠긴 팬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이날 신해철의 소속사 관계자는 "둘째 날인데도 낮 동안 일반인 조문객이 1000명 이상 다녀간 것 같다"고 했다. 빈소가 차려진 첫날인 28일에는 4000명의 일반인 조문객이 다녀갔다.

고인을 기리는 팬들은 자발적인 모금으로 '조문보'를 제작해 조문을 마치고 빈소를 나서는 조문객들에게 나눠줬다. 8페이지 분량의 '조문보'는 신해철이 뮤지션으로서 걸어온 길을 소개하고 있다. 그 뒤엔 조용필, 서태지, 이승철, 윤도현, 현진영, 박원순, 문재인 등 각계각층에서 남긴 추모의 글이 담겨 있다. 표지격인 첫 페이지에는 '슬픔을 나누며 위로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와 '우리 시대의 가왕 고 신해철, 님의 힘찬 가락 속에서 슬픔을 이길 힘을 얻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온 신지원 씨(37)는 "좋은 음악을 선물해 준 신해철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씨는 "신해철은 사는 게 지치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있는 정신적 지주 같은 사람이었다"며 "그는 최고의 음악인이었고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속사 측은 발인 전날인 30일까지 오후 1시부터 9시 사이에만 일반 조문객들을 맞이하기로 했다. 애초 24시간 개방을 하려했으나 유족의 건강 문제로 조문 시간을 제한하게 됐다. 소속사 관계자는 "장례 이틀째가 되면서 유족들이 그나마 마음을 조금 추스린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했다.

한편, 신해철은 최근 장협착증 수술을 받고 회복하던 중 22일 오후 갑작스럽게 심정지로 쓰려져 서울 아산병원 응급센터로 이송됐다. 심정지의 원인이 된 장 부위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27일 오후 8시 19분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숨을 거뒀다.

고인의 장례는 천주교식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오는 31일 오전 9시다. 유해는 서울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될 예정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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