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커버가 들려주는 '생활의 발견'을 담은 책 '레코드를 통해 어렴풋이'의 작가 김기연이 '삶의 발견'이 담긴 책을 들고서 이 가을 다시 찾아왔다. "당신, 대체 뭐하는 사람이오?"라는 질문에 우물쭈물하는 그를 두고 사진가 윤광준이 "잡다한 것을 다 하는 '잡가(雜家)'라고 불러야겠다"고 한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만은 않는다.
아등바등 지나쳐 가는 우리의 삶이란 무엇일까? 가을이 오면 늘 이런 질문 하나쯤 마음에 품게 된다. 보여지는 것 그대로가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찾아 떠난 풍경의 섭섭함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풍광에 여백이 없어졌다. 그 자리를 대신해 꼭 들러야 할 맛집과 명소만이 가득하다. 떠나기 전부터 머릿속에 빡빡한 일정을 채우고 찾아간 여행지가 평온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 삶도 그와 다르지 않다.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따라 온종일 바삐 걷지만, 어느 날 되돌아보면 텅 빈 삶이 놓여 있음을 발견할 때가 있다.
"나는 여행을 다녔다기보다는 예상할 수 없는 것들과 마주 서서 언어를 생략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내 삶을 둘러싼 것들에 대해 사소하게 가만히 들여다볼 마음을 얻었다. 그 가운데서도 먼저 내 눈에 띈 것은 아픈 사랑과 마음들이었다"는 작가의 말은 빡빡한 하루를 잘 견디고 있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위안이자 격려다.(김기연 지음 / 맥스미디어 / 256쪽 /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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