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Why]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韓연예계를 강타한 까닭?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4-08-26 08:45



벌써 일주일이 훌쩍 넘었다.

지난 18일 배우 조인성이 ALS(근위축성 측삭 경화증, 루게릭 병)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한 영상이 공개됐다. 큰 화제를 모았다. 그 후 일주일. 국내 스타들의 도전이 봇물처럼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유재석 최지우 현빈 고소영 현빈 최민식 정우성 손예진 류승룡 황정민을 비롯 김우빈 이종석 김수현 박신혜 등 신세대 스타들까지 잠기지 않는 수도꼭지처럼 그칠 줄 모르는 행렬이다. 활동이 뜸한 원빈, 고현정의 근황도 알게 될 정도니 열풍은 열풍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 연예계에 왜 이렇게 큰 화제를 모으고 있을까. 그동안 다양한 캠페인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원인 규명에 나섰다. 직접 참여한 스타들과 소속사 관계자 등을 통한 여러갈래의 분석들. 과연 무엇일까.

우선 정치적 익명성에 대한 보장이다. 정치적 성향을 굳이 노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부담 없는 확산의 큰 원동력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도움을 주자는 취지의 캠페인이 많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정치적 입장을 노출시켜야 하는 캠페인도 있다. 연예인에게 정치적 편향성은 부담되는 단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랑을 먹고 사는 스타의 입장에서 논란의 중심에서 찬반이 또렷하게 갈리는 정치적 성향의 캠페인이 부담스러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둘째, 도울 대상이 명확하고 공감할 수 있는 취지라는 점도 장점이다. 유통과정이 복잡할 수록 선행은 퇴색된다. 혹시나 싶기도 해서 선뜻 마음을 먹기 어렵다. 하지만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도울 대상이 명확하다. 루게릭 병 환우돕기란 분명한 목적과 직접적인 기부 행위. 많은 스타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요인이다. 앞서 가수 비와 이승철은 가요계에서 오랜 지인이었던 소속사 대표이자, 제작자가 이 병을 앓고 있어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또 박승일 전 모비스 코치가 루게릭 병으로 투병 중인 사실도 널리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샀다. 박승일 전 코치와 지인들이 루게릭 요양 병원 건립을 위해 만든 승일희망재단의 공동 대표는 가수 션. 그는 조인성을 지목하며 국내 스타들의 아이스버킷 챌린지 불씨를 점화한 주인공이다.

셋째, 손쉽게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릴레이 확산에 한 몫했다. ALS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행동 지침은 쉽고 명확하다. 지목 후 24시간 내에 100달러의 기부금을 내거나, 얼음물 샤워를 하면 된다. 그 후로 또 3명을 지목하는 형식. 이처럼 쉽고, 간단한 규칙과 함께 얼음물 샤워를 하며 괴로워하는 '멀쩡한' 스타들의 흥미로운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관심이 높아졌고 참여로 이어졌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부 홍보를 목적으로 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ALS를 널리 알리는 데 효과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끝으로 '공개 지목'의 힘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반강제적인 기부 강요가 불편하다는 시선도 있지만, '공개 지목'은 스타들에게 피해갈 수 없는 숙제다. 참가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현재 어떤 스타가 누구를 지목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덜하다. 하지만, 캠페인의 초반만 해도 지목 당한 스타가 과연 캠페인을 이어갈 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꽤 폭발적이었다. 한 관계자는 "스타들 입장에서 기부 금액이 과한 것도 아니고, 좋은 캠페인에 동참하자는 지목을 굳이 거절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순조로운 확장 과정에 있어 '공개 지목'의 역할을 설명했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유명인 위주의 릴레이 확산이다. 미국과 조금 달리 국내에서는 유명인들끼리의 지목으로 확장해가면서 '그들만의' 기부 문화로 변질되는 형국이다. 보여주기 식이 아닌 보다 많은 사람들을 동참케 할 방법은 없을까에 대한 고민이 병행되야 할 시점. 하지만 무슨 일이든 첫 술에 배 부를 수는 없다. ALS의 위험성과 도움의 필요성을 널리 알린 사실만 해도 챌린지에 참여한 모든 연예인들에게 크게 박수 쳐 줄만한 일이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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