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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설리 보호 작전'은 무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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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설리의 갑작스런 활동 중단 발표는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인기 정상의 걸그룹에겐 전무후무한 일. 더욱이 그녀가 소속된 에프엑스가 새 앨범을 발표하고 한창 인기 정상을 향해 내달리고 있던 시점에 터져나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물론 그 배경을 놓고 설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다른 멤버들의 팬들은 그룹에 결과적으로 피해를 미친 설리의 결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활동을 중단할 정도로) 루머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던 설리가 19일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와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한바탕 팬들을 뒤집어 놓았다. 그동안 열애 사실을 부인하며 활동까지 중단했던 설리의 데이트 장면에 대중의 시선은 차갑게 변했다. 이쯤되면 '에프엑스로서의 활동엔 더 이상 미련이 없다는 뜻 아니냐'라는 팬들의 불만섞인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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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의 열애 인정으로 SM은 공신력에 있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한국 연예 산업을 대표하는 기획사인 SM이 불과 1년 만에 공식 입장을 스스로 뒤집는 행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1년 전에는 두 사람이 비록 연인 사이가 아니었다고 변명할 수 있지만, 설리를 포함해 대부분의 소속 연예인이 데이트 사진이 공개된 뒤에야 열애를 인정하는 행태가 반복되는 모습에 SM의 공식 입장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발표로 받아들여 진다.
19일 SM은 설리의 열애를 인정하며 "에프엑스와 관련된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다"고 밝혔다. 이는 '설리가 가수와 배우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팀을 떠나기로 했다'는 보도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한 것.
SM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돌아가는 상황은 설리가 에프엑스로 계속 활동하는게 쉽지 않은 쪽으로 변하고 있다.
SM은 설리의 활동 중단을 발표한 지난달에 "빅토리아, 엠버, 루나, 크리스탈 4명의 멤버들은 개별 활동과 에스엠 타운 서울 콘서트 및 해외 프로모션 등에 참여해 에프엑스의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15일 에스엠타운에 설리가 빠진 에프엑스가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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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에프엑스에게 너무나 중요한 타이밍에 '나 몰라라'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최자와의 사랑을 택한 설리를 팬들이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아무리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라 할지라도 공인으로서, 특히 오랫동안 고락을 같이 해온 멤버들과의 인연을 생각했을 때 과연 적절한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당장 SM이 설리에 대해 해결책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향후 설리의 거취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SM 측은 "특별히 논의된 바가 없다. 상태가 좋아지면 다시 에프엑스로 활동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상처들이 아물 것이란 막연한 기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SM이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은 팬들은 에프엑스에 상처를 입힌 설리의 돌발 행동을 시간이 지나도 기억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무조건 진실을 감추고, 시간이 가길 기다린다면 언제든 제2, 제3의 설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 그것이 바로 SM의 결단을 더이상 미룰 수가 없는 이유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