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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극장가. 대세는 하나다. 한마디로 '명량 열풍'으로 요약된다. 말 그대로 '블록버스터'가 투하된 도시처럼 주위가 고요한 정적 속에 조용히 잠든 모양새. 그나마 '해적'이 개봉 첫날 30만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대항마로 나설 채비를 한 정도가 '경쟁' 구도의 전부다.
사실 진 교수의 주장은 다소 극단적이다. 트위터란 한정된 공간에 펼친 개인의 주관적 견해임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심했다. '이순신 장군의 인기' 빼곤 아무 것도 없는 영화라는 식의 혹평은 논리 근거가 약해보인다. 61분의 해상전투신에 대해 '역대급'이란 평가를 내린 평론가들은 눈 뜬 장님인가? 신적으로 추앙받는 '영웅' 충무공을 고뇌하는 인간 리더 이순신으로 살려내기 위해 흘린 제작진는 땀방울은 일찌감치 메말라 버린 것인가? 진 교수의 사견에 동조하기는 어렵다. 단, '이순신 장군의 인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논리는 부분적이나마 인정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왜 이순신 장군이 주목받고 있을까에 대해 주목한다면 말이다.
'이순신 장군'의 인기는 세월호 참사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 문화계 전반은 크게 위축됐다.극장가 역시 긴장했다. 특히 여름 성수기에 맞춰 준비한 '해양 블록버스터'들은 자칫 개봉을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할 정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배와 바다를 보는 국민들의 심정이 어떻겠느냐하는 우려.
반대로 '군도'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는 데 실패했다. '민란의 시대'란 부제가 붙었지만 정작 '민중', '영웅'에 대한 포커싱은 약했다. 자칫 무거워질 것을 우려해 배치한 유머 코드가 가벼운 웃음을 자아냈지만 가슴을 울리는 묵직한 메시지는 발견되지 않았다. 세상을 구할 영웅이 없는 영화. 윤종빈 감독은 개봉 전 "위대한 인물이 나라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인공의 영웅성을 강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착취 받는 계급의 상징 하정우가 다소 코믹하게 그려진 반면, 착취 계급의 상징이자 악인 강동원은 멋지게 그려졌다. 자칫 무거워질 것을 우려한데다 영화적 재미를 높이기 위한 사전 장치. 아쉽게도 지금 이 순간 관객 심리와는 엇박자가 나고 말았다.
세월호 이후 진정한 이 시대의 영웅같은 리더십에 대한 간절에 가까운 사회적 열망. '명량'과 '군도'의 희비를 갈랐다. 세월호 사태는 담담하게 성웅 이순신의 리더십을 그려낸 '명량'에 전화위복을 안겼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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