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최고 기대작 '군도' vs '명량', 누가 더 셀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4-07-23 05:39



극장가 성수기인 여름 시장. 대작 외화에 밀려 주춤했던 한국 영화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극 대작들이 본격적인 반격을 준비중이다. 선봉에 선 영화 두편. '군도-민란의 시대'와 '명량'이다. 화려한 출연진과 각각 200억원을 넘나드는 거액을 투자한 사극 블록버스터. 일주일 사이로 개봉해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사극이란 공통점도 있지만 접근 방법에서 제법 많은 차이점을 보이는 두 작품. 과연 누가 더 셀까.

다인 중심 vs 1인 중심

최근 대작 영화의 트렌드는 주인공급 배우들의 대거 출연. '구슬이 서말'이라고 무조건 좋은 건 결코 아니다. 너무 많은 주연급 배우들의 분량을 두루 맞춰주다보면 2시간 짜리 영화가 엉뚱 산으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다고 연기 잘하고 비싼 배우들 데려다 '꿔다놓은 보릿자루'를 만드는 것도 바람직한 구성은 아닐 터. '군도'와 '명량'은 이런 면에서 조금 다르다. '군도'는 도적떼란 제목처럼 다양한 인물에 골고루 비중이 분산돼 있다. 하정우 vs 강동원 양강 구도를 영리하게 세웠지만 이성민 마동석 조진웅 윤지혜 이경영 등이 극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주인공 하정우의 분량이 조금 적다 싶을 정도. '명량'은 반대다. 충무공 최민식에게 단연 집중돼 있다. 적장 구루시마 역의 류승룡이 최민식의 상대역이지만 나란히 간다는 느낌이기엔 스크린 속 최민식의 존재감은 워낙 압도적이다. 조진웅 김명곤 진구 이정현 등 조연급들 역시 충분한 조명을 받지는 못했다.


허구 중심 vs 사실 중심

같은 사극이지만 고증 배경은 다르다. '군도'는 허구 베이스다. 탐관오리의 횡포가 극에 달해 백성이 곧 도적이던 시대적 배경에 수호지, 홍길동, 임꺽정적 상상이 가미돼 지리산 추설이 탄생했다. '명량'은 반대다. 유명했던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삼은 영화. 흥미 유발을 위한 일부 허구적 장치가 발견되지만 큰 틀에서 비교적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김한민 감독도 "감히 그분(충무공)을 새로 해석할 생각은 없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난중일기'의 느낌에 충실해서 만들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두 영화는 관객에게 주는 느낌도 전혀 다르다. '군도'는 '민란의 시대'란 부제에서 상상되는 묵직한 주제 의식은 생갭다 크지 않다. 오히려 서구적 요소가 진하게 가미된 액션 활극으로 탄생했다. 한마디로 '오락적' 요소가 진하다. 반면, '명량'은 벼랑 끝에 몰린 충무공의 고뇌와 극단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리더십이 부각돼 있다. 완성도 높고 그 자체가 볼거리인 해상전투신 역시 충무공 감정 흐름의 일부로 해석돼야 한다. 김한민 감독은 "61분의 해전이 단순 비주얼이 아닌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장면이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명량'은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가졌지만 동시에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교훈적 요소를 품고 있다는 얘기다.


액션 활극 vs 스펙터클 전투신

여름이다. 몸이 시원한 극장에서 눈이 아리할 정도로 시원한 액션을 보고 싶다. 그런 측면이라면 두 작품은 돈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청량감과 시원함이란 느낌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구현 방식이 다르다. '군도'는 속도감 있는 화려한 액션이 백미다. 서부영화와 '킬빌'같은 서구식 액션과 '동방불패'같은 홍콩 무협물이 혼재된 듯한 퓨전 액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허구적 액션인 만큼 화려함의 점도가 높다.

반면, '명량'의 백미는 수상 전투신이다. 충무공의 인간적 고뇌를 담은 전반 이후 후반 61분을 채우는 전투신은 그야말로 속이 다 시원해질만큼 청량하다. 재현하기 어렵다는 해상 전투신이 대규모 자본 투입 속에 완성도 높은 기술로 살아났다. 곡소리를 내며 소용돌이치는 울돌목 바다 느낌은 사실적이다. 전투 내용도 다양하다. 포격전과 백병전, 배를 부딪히는 충파까지 매우 사실적으로 재현된 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