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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성수기인 여름 시장. 대작 외화에 밀려 주춤했던 한국 영화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극 대작들이 본격적인 반격을 준비중이다. 선봉에 선 영화 두편. '군도-민란의 시대'와 '명량'이다. 화려한 출연진과 각각 200억원을 넘나드는 거액을 투자한 사극 블록버스터. 일주일 사이로 개봉해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사극이란 공통점도 있지만 접근 방법에서 제법 많은 차이점을 보이는 두 작품. 과연 누가 더 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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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극이지만 고증 배경은 다르다. '군도'는 허구 베이스다. 탐관오리의 횡포가 극에 달해 백성이 곧 도적이던 시대적 배경에 수호지, 홍길동, 임꺽정적 상상이 가미돼 지리산 추설이 탄생했다. '명량'은 반대다. 유명했던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삼은 영화. 흥미 유발을 위한 일부 허구적 장치가 발견되지만 큰 틀에서 비교적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김한민 감독도 "감히 그분(충무공)을 새로 해석할 생각은 없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난중일기'의 느낌에 충실해서 만들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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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몸이 시원한 극장에서 눈이 아리할 정도로 시원한 액션을 보고 싶다. 그런 측면이라면 두 작품은 돈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청량감과 시원함이란 느낌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구현 방식이 다르다. '군도'는 속도감 있는 화려한 액션이 백미다. 서부영화와 '킬빌'같은 서구식 액션과 '동방불패'같은 홍콩 무협물이 혼재된 듯한 퓨전 액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허구적 액션인 만큼 화려함의 점도가 높다.
반면, '명량'의 백미는 수상 전투신이다. 충무공의 인간적 고뇌를 담은 전반 이후 후반 61분을 채우는 전투신은 그야말로 속이 다 시원해질만큼 청량하다. 재현하기 어렵다는 해상 전투신이 대규모 자본 투입 속에 완성도 높은 기술로 살아났다. 곡소리를 내며 소용돌이치는 울돌목 바다 느낌은 사실적이다. 전투 내용도 다양하다. 포격전과 백병전, 배를 부딪히는 충파까지 매우 사실적으로 재현된 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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