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성을 이제 어떻게 불러야 할까. 배우? 제작자? 감독?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배우가 있을까. 할리우드에서도 요즘에는 브래드 피트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그만큼 정우성은 이제 충무로의 영향력있는 인물로 급부상했다. 두마리 아니 세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셈. 하지만 본업인 배우 역할도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 개봉 6일만에 130만 관객을 모은 '신의 한수'의 주인공도 바로 정우성이다.
"'놈놈놈' 이후 본의 아니게 배우로서의 공백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걸 충족 시키고 싶어서 계속 하는 것 같아요. 40대가 남자로서는 가장 에너지가 좋은 시기잖아요. 20대가 성장할 때라면 30대는 그 에너지가 자리를 잡고 40대는 그 축적된 에너지를 유연하게 쓸 수 있는 나이대인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시기죠."
오락영화로서 바둑은 쉬운 소재가 아니다. 하지만 '신의 한수'는 과감하게 바둑을 소재로 택했다. "우리 영화는 내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에요. 그런데 카드나 화투를 하면 너무 식상하잖아요. 화투를 하면 '타짜'를, 카드를 하면 홍콩 영화를 떠올리실거예요. 내기는 다른 걸로 바꿔도 상관없거든요. 그래서 전혀 새로운 내기 바둑을 아이템으로 한 것이죠."
국민배우 안성기를 캐스팅한 것도 정우성의 생각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주님' 캐릭터를 안성기 선배님이 해주시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배우들간에 서로 '꼭' 해달라고 강하게 말하긴 힘들어요.(웃음) 그냥 시나리오를 드렸고 선배님이 매력있게 봐주시고 응해주셨죠. 그 과정에서 제 의견을 살짝 말씀드린 정도예요."
|
배우로 시작해서 감독에 이어 이제 제작까지 하고 있는 정우성. 하지만 본업은 '배우'라고 말한다. 셋 중 하나를 택하라는 우문에 그는 단연 "배우"를 꼽았다. "배우가 제 본분이니까요. 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죠. 하지만 연출이나 제작도 같은 영화일이니까 전혀 다른 일은 아니예요. 어릴 적부터 현장에 구분없이 뛰어들어서 시작했어요. 배우로 갔지만 현장은 배우나 스태프들이나 같은 하나의 '판'이었던 거죠. 연기를 하면 연출에 도움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외국 영화 감독 아카데미에서는 교육과정에 연기가 꼭 있다고 하더라고요."
내친 김에 '노예 12년'의 브래드 피트처럼 제작자로서 시상식 무대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들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런 욕심을 없고요.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는 이윤정 감독이 신인감독상을 탔으면 좋겠어요."
배우 감독 제작자를 다 경험해본 이로서 우리 영화계를 보는 눈도 다를 것 같았다. "요즘 자본의 논리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사실 저는 큰 자본을 가져다 쓰면 자본에 대한 책임은 현장에서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입김이 세다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그 입김과 어떻게 잘 소통해서 시스템을 만들어가는가가 중요하죠. 예전에는 스태프들이 통계약을 해야해서 언제 촬영이 끝날지 모르는 영화에 항상 매여있는 일이 많았어요. 1년에 한작품하면 6개월이 날아가는데 많아야 두작품 밖에 못하니까 수익은 적죠. 하지만 지금은 대자본이 들어오면서 체계화되고 스케줄에 맞춰서 촬영이 진행되니 묶여있지 않게 됐어요. 자금이 안정돼 있으면 스태프들도 안정되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돈이 많이 들어간 메이저 영화와 소규모 자본으로 진행된 마이너 영화가 구분되겠죠. 이 구분이 확실해 지면 시장이 안정될 것 같아요. 지금은 메이저 영화와 마이너 영화를 무조건 극장에서 경쟁을 시키니까 마이너 영화가 묻히는 상황이 계속 나오는 것 같고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