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카레이싱 특집의 '빛과 그림자'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7-07 05:35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 결승전이 6일 인천 송도 도심서킷에서 열렸다. 프로세미 클래스인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 결승전에 출전한 유재석이 자신의 사고차량을 지켜보고 있다.
송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7.06/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 결승전이 6일 인천 송도 도심서킷에서 열렸다. 유재석과 정준하가 함께 출전하는 프로세미 클래스인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 결승전을 앞두고 유재석의 차량이 눈길을 끌고 있다.
송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7.06/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스피드 레이서' 특집을 마무리했다. '2014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 1차전 인천 송도 서킷 출전을 목표로 멤버들의 카레이싱 도전기를 담은 장기 프로젝트. '무한도전' 자체선발전을 통해 유재석, 정준하, 하하, 노홍철이 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그리고 마침내 개막한 KSF. 5일 예선전에서 탈락했던 노홍철까지 예비선수 자격으로 막판에 결승에 합류하면서 4명의 멤버 모두 6일 열린 결승 레이스에 진출했다. 특히 결승 직전 연습 주행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유마허' 유재석과 전날 예선전에서 9등에 오른 정준하는 순위권 진입 가능성에 청신호를 켰다.

하지만 프로 세계의 벽은 높았다. 세미프로 클래스인 '벨로스터 터보'에 출전한 유재석과 정준하는 완주에 실패했다. 유재석은 경기 시작 1분 만에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주행을 멈췄다. 이 사고로 유재석이 탄 차량은 앞 범퍼와 보닛이 파손됐다. 유재석은 사고 즉시 구조차량으로 옮겨 타고 서킷을 빠져나왔고,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진행된 사전 주행 연습 도중 차량이 반파되는 사고를 당한 유재석은 4일 열린 예선에서도 차량 이상으로 몇 번이나 주행을 멈춰야 했다. 그리고 지독한 불운이 결승까지 이어지자 얼굴엔 짙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 결승전이 6일 인천 송도 도심서킷에서 열렸다. 프로세미 클래스인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 결승전에 출전한 정준하가 경기를 마친 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송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7.06/
유재석은 피트에서 다른 멤버들과 함께 정준하의 무사 완주를 기대하며 경기를 모니터했다. 하지만 정준하도 차량 이상으로 레이스를 중도에 포기했다. 정준하는 전체 24명 중 9번 그리드(출발 위치)를 배정 받아 레이스 초반에 10위를 유지했고 중반에는 9위까지 올라왔다. 전체 23바퀴 중 14번째 바퀴를 돌던 중 기어가 말을 듣지 않은 탓에 결국 피트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마추어 클래스인 '아반떼'에 출전한 하하와 노홍철에게도 불운이 전이됐다. 하하의 차량은 경기 초반 타이어가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예비선수' 노홍철마저 13바퀴째 레이스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로 멈춰 서고 말았다.

결국 네 멤버의 레이서 도전은 '실패'로 마감됐다. 어느 때보다 힘겨운 도전이었기에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레이싱은 체력 소모가 많고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운동이다. 속도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해야 한다. 안전장치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실력차에 따라 클래스가 나뉘어 있지만 고작 반년간의 훈련을 통해 소화하기엔 다소 무리한 도전이었던 듯하다. 돌발상황에 대한 실전 경험도 부족했다. 결승을 앞두고 '에이스' 정준하는 "카레이싱이 체질에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겁이 많아서 무서웠다. 멤버들한테 우는 소리 한다고 질책도 받았다. 아직도 주행을 할 때마다 무섭고 다른 사람의 주행을 보는 것도 공포스럽다.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스스로 대견하다. 사고 내지 않고 완주하고 싶다"고 했다.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 결승전이 6일 인천 송도 도심서킷에서 열렸다. 노홍철과 정형돈이 프로세미 클래스인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 결승전 출발을 앞둔 정준하를 응원하고 있다.
송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7.06/
카레이싱은 공감 받기 쉽지 않은 소재다. 자동차 마니아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카레이싱은 낯선 스포츠다. 예능적 재미요소를 뽑아내기도 쉽지 않다. 앞선 '선거 특집'이나 '월드컵 응원단 특집'보다 반향이 크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언제나 그랬듯 우승이나 순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그저 무사히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기만을 바랄 뿐. 결과보단 과정에 의미를 뒀다. 그 '과정'을 '완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이번 도전이 보여줬다. 그래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없어도 혼신을 다한다면 과정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땀과 눈물로 증명했다. 상업적 색깔을 지우기 위해 '무한도전' 멤버들이 직접 스폰서 역할을 자처한 것도 레이싱의 의미를 더했다. 나눔의 집, 한국다문화센터, 한국소아암재단, 한국점자도서관 등 자선단체의 이름이 멤버들의 차량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레이싱을 마친 멤버들은 응원의 함성을 보내준 관중석을 향해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관중들도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다만 '무한도전'의 도전 정신을 빛 바래게 하는 대회 주최측의 미숙한 경기 운영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KSF' 홈페이지는 사전 예약에도 우선 입장을 하지 못한 관중들의 항의글로 도배가 됐다.
송도(인천)=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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