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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월화극 '빅맨'을 마친 강지환의 표정은 시원해 보였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휴가가 정말 꿀맛 같다. 소주 한 잔을 마셔도 달고, 맥주 한 잔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최선을 다했을 때 결과가 좋으면 기분이 좋다. 아쉬운 것도 없다. 정말 열심히 했다. 연장하라면 못했을 것 같다. 끝까지 정말 열심히 했고, 내가 노력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뿌듯하다"고 밝혔다.
'빅맨'의 시작은 미비했다. SBS '닥터이방인', MBC '트라이앵글' 등 소위 말하는 '대세' 배우들과 아이돌 출신으로 무장한 대작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기 때문. 주연 배우인 만큼 시청률에 대한 부담도 상당했다. "부담이 엄청났다. 1위는 기대도 안했는데 마지막에 그렇게 되니까 짜릿하고 뿌듯해 술도 엄청 먹었다"는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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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적인 면에서도 성공했지만, 강지환의 연기력에 대한 극찬도 쏟아졌다. 그가 연기한 김지혁은 가족이라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기득권에 맞서 사회 정의 구현을 외치는 캐릭터다. 감정선의 변동폭도 컸던데다 극과 극을 오가는 상황에 설득력을 부여해야 했던 만큼, 고민이 깊었다. 강지환은 "처음엔 복수극인줄 알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따뜻한 이야기, 이 시대의 리더상을 얘기하고 있어 중간에 약간 '멘붕'이 온 적도 있었다. 나름 보는 분들이 황당하지 않게, 어색하지 않게 하려고 고민했고 아이디어도 냈다"고 털어놨다.
결과는 좋았다. '믿고보는 배우', '강지환의 재발견'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그는 "배우가 연기 잘해야되는 건 당연한데도 그런 평을 듣기가 쉽지 않다. 타이틀롤 입장에서 잘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그런 결과가 나오면 뿌듯하고 좋다. '믿고 보는 배우',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 '미친 연기력'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고 더 잘하고 싶어진다"며 웃었다.
의도치 않은 공백, 여유 생겼다
'빅맨'은 강지환에게 남다른 의미를 줬다. 그는 "억울한 제약(소속사 이중계약 문제를 이유로 한 연매협의 활동 제한 조치)을 받아 작품 생활 못하는 걸 한 번 겪었다. 그게 너무 안타깝고 아깝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제약을 받는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런 시기 덕분에 좀 여유로워졌다는 일장일단이 생겼던 것 같기는 하다. 다행히 '빅맨'으로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 '돈의 화신' 이후 첫 주연인데 잘못됐으면 타격이 컸을 것 같다. 배우로서 강지환에 대한 믿음이 다시 각인될 수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라고 밝혔다. 주연 욕심도 사라졌다. "이번 작품 이후 주인공 욕심이 처음으로 없어졌다. 이젠 여유가 생겼다. 다음 작품은 주연이 아니더라도 캐릭터로 갈 수 있는 그런 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지환은 "큰 대박 작품 없어도, 힘든 과정이 있었음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차근차근 잘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꾸준히 잘 해가면 언젠가는 흥행성과 작품성을 갖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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