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좋은친구들'의 뚜껑이 열렸다. 다음달 10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 시사회가 25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렸다. 주연배우인 지성, 주지훈, 이광수는 친구다. 지성이 묵묵하지만 올곧은 성격의 현태, 주지훈이 야망도 의리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인철, 이광수가 여리지만 친구를 좋아하는 민수로 등장한다. 영화는 인철(주지훈)과 민수(이광수)가 현태(지성)의 부모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밝혀지면서 피 보다 진했던 우정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 범죄 드라마. 하지만 끔찍하게 모의된 잔인한 범죄 드라마를 상상하면 오산. 오히려 우연한 실수에서 비롯된 엄청난 사건에서 오는 파장 안에서 과연 진한 우정을 나눈 친구에게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 세 배우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건 속에서 서로를 향한 의심과 도피, 양심에 대한 다양한 감정 변화를 114분 안에 마음껏 쏟아냈다. 영화 속 감독과 배우들의 기여도, 그리고 손익 지분률을 당사자 별로 각각 따져봤다.
현장에서 배우들에 대한 이 감독의 만족도는 높은 편. 지성, 주지훈, 이광수에 대해 모두 "촬영장에서 특별히 힘들었던 적이 없었고, 오히려 너무 편하게 촬영했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배려가 있었다. 이 감독은 "처음에 혼자 이런저런 캐릭터를 만들 때는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나는 혼자만의 생각을 믿지 않는다. 한 명씩 캐스팅 되면서 이들의 술자리나 평소 모습에서 얻은 캐릭터를 영화에 안쓸 이유가 없었다"며 배우들의 실제 모습을 영화 속에 반영했음을 암시. 처음으로 스타급 배우들과 함께 한 작업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얻어냈다는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할 듯….
|
'좋은친구들'을 지성의 영화라고 선뜻 말하기에는 임팩트가 강하지 않다.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범인이 친구로 밝혀지는데도 그의 연기는 조심스럽게 흘러간다. 과묵하면서도 평범한 인물을 그리고 싶었던 감독의 욕심에서 비롯된 흐름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욕심을 부릴만한 여지가 있었다. 보는 내내 현태는 가장 극적인 캐릭터임에도 불구, 슬로우 템포로 진행된다.
하지만 지성은 마지막 순간 한방이 있었다. 서늘한 임팩트를 잔상으로 남겼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의심이란 심리 흐름의 절정은 결국 지성이 완성해낸 셈이다.
강렬한 주지훈, 절반 이상의 점유율
주지훈의 등장. 처음부터 강렬하다. 스크린의 반을 장악할 정도로 점유율이 높다. 어딘지 껄렁껄렁한 미덥지 않은 모습의 이면에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위태로움을 잘 표현해 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나쁜 친구로 보일 수 있지만, 그는 한편으론 가장 약자다. 뚜렷한 소신이 있는 현태와 친구를 위해 희생도 불사할 줄 아는 민수보다 오히려 유리같은 존재다. 그의 욕망이 수세에 몰릴수록 밑바닥을 향해가는 인철 역을 주지훈은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소화해냈다. 미운 놈이 불쌍한 놈으로 보이게 만든 건 주지훈의 힘이었다.
'런닝맨' 이광수, 젊은배우의 영리함, 그리고 열정
영화가 끝나고 든 생각은 이광수는 많이 젊은 배우란 점이었다. SBS '런닝맨'의 이미지로 예능 캐릭터로 굳어진 이광수에게 어쩌면 민수 역할은 모험일 수 있었다. 벌써 4년을 해온 '런닝맨'의 어리숙 캐릭터. 버릴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광수는 영리했다. 예상과 다른 선택을 했다. 버리기 보다 덧씌웠다. 대중에게 익숙해진 자신의 캐릭터를 억지로 지우려 하기보다 새로운 색깔로 덧씌우는 영리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민수 캐릭터는 얼핏 봤을 때 '민폐' 그 자체다. 덜 똑똑하고, 늘 챙겨줘야 할 것 같은 그런 친구. 이광수는 본인의 어리숙한 연기 위에 젊은 남자 배우로서 열정을 덧칠했다. 감독에게 "술 마시는 연기는 직접 술을 마시면 안되겠냐. 진짜로 토를 하면 안되겠냐"고 물어볼 정도로 저돌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이광수는 아직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젊디 젊은 배우였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