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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코미디 복귀한 이홍렬, 그에게 '코미디의 길'이란?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6-26 06:34


사진제공=MBC

"한번도 코미디의 정신을 떠난 적 없습니다."

20년 만에 코미디에 복귀한 개그맨 이홍렬에게 '코미디의 정신'이란 무엇일까. 그는 지난 5월 11일 첫 방송된 MBC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의 길'에서 수십년 차이 나는 후배 개그맨들과 고군분투하며 코미디의 부활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한동안 코미디 무대를 떠나 예능 프로그램 MC로 활약해 왔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개그맨이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줘야겠다는 생각은 바뀐 적이 없다"며 코미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밝혔다.

이홍렬은 프로그램과 동명의 코너인 '코미디의 길'에서 데뷔 2년차 개그맨 김용재와 콤비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환갑을 넘긴 노장 개그맨 이홍렬이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도전하는 내용을 담은 페이크 다큐다. KBS2 '개그콘서트', SBS '웃찾사', tvN '코미디 빅리그' 등 공개 코미디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코미디의 길'은 이홍렬의 페이크 다큐 등의 비공개 콩트를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25일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코미디의 길'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홍렬은 "처음엔 섭외 요청을 정중하게 사양할 생각이었는데 페이크 다큐라고 해서 출연하게 됐다"며 "내가 한번도 접해보지 않은 것엔 환장을 한다. 그래서 도전하고 싶었다. 기회가 주어져서 무척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홍렬은 '오늘은 좋은날', '이홍렬 쇼' 등을 진행하며 화려한 전성기를 누린 90년대 최고의 개그맨이다. 할머니로 분장하고 임하룡과 부부로 호흡을 맞춘 '귀곡산장' 코너는 "뭐 필요한 거 없수? 없음 말고"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크게 히트했고, '이홍렬 쇼'는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출연한 인기 토크쇼로 명성을 날렸다. 이홍렬은 "개그맨들의 마지막 꿈은 자기 이름을 내건 토크쇼를 갖는 것인데 나는 5년이나 했다. 내가 무슨 욕심이 있겠나. 그동안 후배들에게 제대로 도움다운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 페이크 다큐를 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함께 놀 수 있는 터를 마련해줘서 재미있게 녹화에 임하고 있다"고 기뻐했다.

그는 "코너 내용이 똑같아도 지명도 있는 개그맨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고 진단하며 "내가 무슨 재주로 MBC 코미디를 부활시키겠는가. 후배들에게 기를 불어넣어 주자고 매일매일 다짐한다. 후배들이 스타가 돼야 한다"고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보탰다.

이홍렬의 페이크 다큐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든다. 녹화가 있는 수요일에는 카메라가 하루 종일 이홍렬을 따라다닌다. 후배 개그맨들과 전유성을 찾아가기도 하고, 환갑을 맞이해 출간한 책의 북콘서트 장면도 담겼다. 나중엔 원로 개그맨 구봉서를 찾아가 그 앞에서 '구봉서표' 콩트를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후배들에게 눈칫밥을 먹으면서도 코너 구상에 여념이 없는 이홍렬의 다큐 속 모습은 진한 페이소스를 자아낸다.

이홍렬은 "원로들에게도 아직 코미디의 피가 끓고 있지만 뒤로 밀려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일 뿐"이라며 "청춘을 바친 코미디를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에 일본의 많은 코미디언들이 석달에 한번씩 모여서 큰 특집을 만드는 모습을 봤다. 나이가 들어도 대접받고 후배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우리도 조금씩 도전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코미디의 길'은 매주 일요일 밤 12시를 넘긴 심야에 방송된다. 시청률은 2~3% 수준.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된 '개그 콘서트'와 달리 태생부터 핸디캡을 안고 있다. MBC 코미디 부활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이홍렬은 '원하는 방송 시간대'를 묻자 "현재 시간대만 아니면 된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살면서 깨달은 건데 열심히 하면 누군가는 알아주더라"며 "시간적으로 불리함이 있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입소문이 날 거고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그는 다시 한번 '코미디의 정신'을 떠올리며 "여러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모두 잘 돼서 힘든 국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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