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해지는 충무로 男 독식, '해적' 손예진이 풀어줄까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4-06-25 04:16



올 여름에도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줄이어 개봉한다. 하지만 눈에 띄는 여배우는 손예진 한명이다. 충무로의 여배우 기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유일하게 800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수상한 그녀'는 심은경이라는 히로인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그 이후 두각을 나타내는 여배우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린'에서 여배우들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우는 남자'에서 김민희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지만 관객은 100만을 넘어서지 못했다. '표적' '끝까지 간다' '방황하는 칼날' '인간중독' '하이힐''황제를 위하여' 등 남자 영화들은 즐비하지만 여배우가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조선미녀삼총사'와 '관능의 법칙'은 흥행에 참패했다.

개봉을 앞둔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좋은 친구들' '신의 한수' '군도:민란의 시대' '명량:회오리바다' '해무' 등은 전형적인 남성 영화다. 여배우의 출연 자체가 드물다. 그나마 손예진이 출연하는 '해적: 바다로간 산적'(이하 해적)이 유일하게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후반 개봉예정인 작품들도 이정재 신하균의 '빅매치', 황정민 유아인의 '베테랑', 윤상현 송새벽의 '덕수리 5형제' 등 남자 영화들이 많다.


이같은 충무로의 남자배우 독식 현상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저씨'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신세계' '관상' 등 남성 영화들이 줄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제작자들도 남성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반면 여성을 내세운 영화들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독식 현상은 심화됐다.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전도연은 한 방송에 출연해 "여배우들이 주연으로서 영화 자체를 끌어가는 작품이 별로 없다. 점점 좋아질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오래 전부터 영화가 남자 배우 중심에 남자 캐릭터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좋아질 것은 기대하지만 그냥 기대인 것 같다. 앞으로는 좋아지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를 저버리기는 이르다. 하반기에는 몇몇 영화들이 여배우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해적'의 손예진 외에도 송혜교 강동원 주연의 '두근두근 내인생'이나 임수정 유연석의 '은밀한 유혹'은 여배우의 힘으로 흥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 '협녀: 칼의 기억'의 전도연 김고은과 '국제시장'의 김윤진도 기대해볼만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사실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액션 등이 많이 가미되기 때문에 남자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여배우들이 남자배우들 못지않게 새로운 장르를 과감하게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예진의 '해적' 연기는 기대해볼만하다"며 "손예진 외에도 전도연 김윤진 등 한국 영화계의 대표 여배우들이 신작을 가지고 나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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