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김수현의 '장백산' 명칭 논란, 과연 어떻게 봐야할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4-06-23 05:50


지난 주말. 연예계는 떠들썩했다. 느닷없이 '동북공정'이란 다소 무거운 단어가 등장했다. 일파만파의 폭발적 화제성을 띄게 된 배경 중에는 관련 당사자도 한 몫했다. 워낙 유명한 연예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커플로 국내외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전지현 김수현이었다. 파급력이 커졌다. 예상치 못한 지적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양측 소속사 모두 "광고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논란의 뒤에는 '장백산'이란 명칭 하나가 있었다. '장백산'이 동북공정의 상징이란 시각. 정 반대편에는 '장백산'을 동북공정과 연결시키는 시도는 논리적 비약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들불 같은 민족주의적 분노의 목소리에 잠시 묻혀 있었을 뿐…. '장백산' 명칭 논란. 과연 어떻게 봐야할까.

'장백산'은 동북공정을 상징하는 단어?

문제의 광고는 중국 헝다그룹이 세계 생수시장 공략을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長白山) 광천수 헝다빙촨(恒大氷泉)의 광고다. 전지현과 김수현은 최근 이 광고의 촬영을 각각 중국과 국내에서 마쳤다. 특히 전지현이 중국에서 촬영한 광고는 세계적인 감독 첸카이거가 연출했다. 생수가 난데없이 '동북공정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헝다빙촨 생수병에 원산지 표기가 백두산의 중국명인 '창바이산(長白山)으로 된 것을 일부에서 문제 삼으면서다. 칭바이산이라는 명칭 자체가 중국의 동북공정에서 비롯된 것이고, 대표적인 한류스타들이 이같은 음모에 이용됐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실제 오래 전부터 백두산의 자국 영토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1998년 6월 중국 정부는 국무원 비준을 거쳐 지린성 정부에 대해 '백두산 천지'를 '장백산 천지'로 바꾸고 공개 출판된 지도에도 그렇게 바뀐 명칭을 기재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1999년 1월 중국지도출판사에서 나온 '중국지도집' 제2판부터 '백두산 천지'가 '장백산 천지'로 바뀌어 기재됐다. 중국 정부는 한국에서 부르는 명칭인 '백두산' 대신 중국에서 부르는 '장백산'만을 사용하도록 강조함으로써 혼용을 막았다. 먼 훗날 통일 한국 시대를 대비한 선제적이고 의도적인 조치였다.

'장백산 = 동북공정'은 논리적 비약?

정 반대 시각도 있다. '장백산'이란 명칭 자체를 동북공정과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라는 주장이다. 이 입장에 선 사람들은 '역사'를 근거로 든다. '칭바이산(장백산)'이란 명칭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수천년 전부터 역사 속에 존재하던 명칭이란 점을 강조한다. 독도 영유권을 억지로 주장하기 위해 일본이 '다케시마'란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던 이름을 새로 만들어낸 것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장백산이란 명칭은 실제 중국 뿐 아니라 한국의 여러 사료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수천년 전부터 최근 근세 시대까지 다양한 사료에서 혼용되온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백두산이 늘 우리 영토였던 것은 아니다. 역사적 부침에 따라 우리와 중국 만주족이 번갈아 점유해왔다. '장백산'은 오랜 시간 동안 중국 사람들이 부르던 명칭이었다. 중국 회사가 생수 원산지를 '장백산'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란 뜻이다.



그래픽=김변호기자bhkim@sportschosun.com
전지현-김수현, 과연 얼마의 비난을 받아야 할 사안인가?


극과극 상반된 입장. 전지현 김수현의 '장백산 해프닝'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분명한 사실은 천인공노할 반 민족적 행위로 지탄받을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계약한 회사 자체가 직접적인 문제 기업은 아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적극 옹호하고 활동을 후원하는 기업이거나, 일제 시대 군수품을 생산하는 등 군국주의에 앞장섰던 기업이었다면 문제는 전혀 달라진다. 우리 민족적 정서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기업의 광고라면 당연히 알아보고 계약을 보류했어야 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단지 동북공정의 불씨를 안고 있는 중국명 '장백산'에서 물을 뜨고 있을 뿐이다. 그 기업 입장에서는 원산지 표시에 있어 '장백산' 외에 달리 쓸 단어도 없다.

고의성도 없었다. 양측 소속사의 주장과 반응으로 미뤄볼 때 '원산지=장백산'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장백산'이란 명칭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돈 때문에 계약을 강행했다는 정황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쁜 기업' 혹은 '돈 때문에 알면서 강행'. 여기까지가 무거운 비난을 받을만한 상황. 다행히 둘 다 해당사항은 없다.

물론 그렇다고 잘못이 없는걸까. 있다. 하지만 강도는 다소 약해진다. '직접적'이 아닌 '포괄적' 책임 수준으로 내려온다. 최근 들어 불거진 중국의 동북공정에 '장백산' 영유권 주장 의도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 그 장백산을 원산지로 표시했던 중국 회사와의 계약. 이를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소속 배우의 이미지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기획사의 선제적 대응력이 아쉬웠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장백산' 논란이 논리적 비약이더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면 꼼꼼하게 따져보고 예측해보고 피해가는 편이 현명했다는 뜻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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