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기업 중국 텐센트, 한국 게임사에 '약'일까 '독'일까?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4-06-18 16:40


'장밋빛 환상, 버려라!'

중국은 세계 최대의 '공장'이자 '시장'이다. 경제규모로만 따져도 미국을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는 게임산업도 마찬가지다. 이미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시장이 된데 이어 모바일게임 역시 급부상하고 있다. 2013년 중국게임산업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게임 시장규모는 112억4000만위안(약 1조8500억원)에 이어 올해는 237억위안(약 3조9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모바일게임 사용자는 3억9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여, PC게임 사용자 3억5000만명을 처음으로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중국은 엄청난 '기회의 땅'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FPS게임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 진출, 온라인게임 1위 매출을 달성하며 한 해에만 1조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사례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한 대표적인 회사는 중국 최대의 IT 기업이라 할 수 있는 텐센트이다. QQ메신저를 통해 온라인 세상을 지배했던 텐센트는 중국 내에서만 5억명 이상의 유저를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모바일 세상마저 접수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125조원으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에 이어 세계 4위의 인터넷 기업으로 떠올랐다.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18일 기준으로 20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텐센트의 규모가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다. 텐센트의 중국 내 온라인게임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고, 모바일게임 점유율도 30%에 달하고 있다.

텐센트는 '크로스파이어'의 성공을 시작으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을 올해부터 본격 서비스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또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도 텐센트를 통해 중국 내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텐센트는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큰 손으로 통한다. 카카오의 2대 주주인 동시에 최근에는 넷마블에 무려 5300억원을 투자, 3대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또 국내 다수의 IT 기업의 지분 투자에 적극적이다.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가히 '텐센트 세상'이라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게임사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텐센트가 '슈퍼 갑'의 위치로 떠오르다보니 여러 잡음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계약을 한 후 중국 내 서비스를 하지도 못하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해지를 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는 점이다. 위메이드는 최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텐센트와 체결한 모바일게임 '달을삼킨늑대'의 서비스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실상은 텐센트측에서 출시를 계속 늦추고 지나치게 많은 테스트를 요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드 RPG '데빌메이커: 도쿄' 역시 최근 텐센트와의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역시 수시로 담당자가 바뀌면서 지나치게 많은 테스트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성공적인 게임 서비스를 위해선 꼼꼼한 검수가 필수요소다. 특히 텐센트는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진출 때 자국의 온라인 인프라 사정과 게임 유저들의 선호 등을 반영, 사실상 새로운 게임을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대박' 신화를 일궈낸 바 있다. 이는 텐센트가 추구하는 완벽함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과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트렌드가 워낙 급변하기 때문에 6개월 이후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이미 국내에서 검증받은 게임이라면 빨리 서비스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즉 개발사는 텐센트에 게임에 대한 모든 소스를 넘겨준 상태다. 모바일게임은 RPG라도 6~8개월이면 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그런데 게임의 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면 '베끼기'는 전혀 어렵지 않다.

이미 텐센트는 중국 내에서도 독보적인 유통망을 기반으로 다른 게임을 표절한 유사게임을 직접 개발해 서비스, 자국에서도 질타를 받고 있다. '애니팡'과 거의 비슷한 '매일매일팡팡', '쿠키런'이나 '윈드러너'와 유사한 '톈톈쿠파오', '탭소닉'과 비슷한 '리듬마스터' 등이 그것이다. 또 한국의 '에브리타운'을 모방한 SNG도 위챗을 통해 성공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중간에 계약이 해지될 경우 이와 비슷한 표절게임이 나올 위험성은 높다. 특히 혁신적인 게임의 경우 그럴 가능성은 상존한다.

텐센트코리아는 19일 국내 모바일게임사를 대상으로 퍼블리싱 계약과 중국 서비스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텐센트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좋은 IP를 확보할 수 있고, 게임사들로서는 텐센트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얻을 수 있으니 '윈윈게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달을삼킨늑대'나 '데빌메이커'처럼 대형 게임사 혹은 인기가 높은 IP들도 내부장벽을 넘지 못하고 서비스를 포기해야 했다. 이런 사례가 또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또 텐센트는 수익의 90%를 갖고, 개발사에는 10%만 나눠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박리다매'라고는 하지만 이 역시 불만 요소로 꼽히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 A씨는 "텐센트와의 계약이 곧 '대박'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텐센트의 덩치가 너무 커지면서 '슈퍼 갑'의 위치가 되다보니 초심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중소개발사나 스타트업은 텐센트와 계약을 맺기도 힘들겠지만, 기회가 되더라도 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부에서 대기하는 게임이 워낙 많아 관심을 받기도 힘들뿐더러, 현지화 시간이 너무 걸리다보면 버텨내기 힘들 것이다. 차라리 규모는 작더라도 다른 회사를 컨택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C씨는 "모든 정보를 넘겨주다보니 표절게임이 나올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양국의 통상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카피 천국'이라는 오명을 듣는 중국은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위해선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국 정부도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게임 표절은 여전히 사기업간의 소송에 그치고 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관계자는 "게임 표절에 대해선 아직 해당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또 국제소송으로 간다고 해도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파트너가 텐센트와 같이 대형 기업이라면 향후를 위해서라도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며 "하지만 이 문제가 더 커진다면 문화 콘텐츠의 저작권을 지킨다는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나설 가능성은 분명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텐센트와 함께 중국의 '빅3'를 이루는 기업들이 게임 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고 나서면서 텐센트의 독과점 폐해는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의 경우 개발사에 70%의 수익을 보장하고, 자사는 20%, 그리고 10%는 농촌어린이 교육사업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 개발사로서는 분명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개발사들을 살리기 위한 경쟁사들의 지원책에 따라 텐센트의 향후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명심해야 한다. 텐센트는 더 이상 '대박신화'의 보증수표는 아니라는 점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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