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어요. 나의 사진 앞에 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참사 직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곡으로 헌정된 임형주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유가족과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다독였다. 그런데 이 노래가 뒤늦게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독도를 다케시마로 바꾸기 위한 운동'에 국내에 진출한 수많은 일본기업들이 후원한다는 소식과 맞물리면서다.
임형주가 부른 이 곡은 일본에서 히트한 '센노카제니 낫데'에 한국 가삿말을 붙인 곡이다. 원래 'A Thousand Winds'라는 제목의 작자 미상의 시가 원작이며, 일본의 유명 작곡가인 아라이 만이 멜로디를 붙였다.
임형주는 같은 제목의 이 노래를 지난 2009년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곡으로 헌정해 불렀다. 임형주 소속사는 이 곡을 올 8월 김수환 추기경 선종 5주기에 맞춰 재발매할 예정이었다가 세월호 사고가 나자 방향을 급선회했다.
한국과 일본은 특이한 형태의 저작권계약을 맺어 일본노래를 한국어로 개사해서 불러도 작사에 대한 저작권이 없다. 이 곡은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여러 추모식에서 울려퍼진 뒤 음원 1위에 오를 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수익금은 대부분은 일본 권리자에 귀속된다.
한국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음원 전송사용료(음원 사이트의 스트리밍 다운로드 서비스)의 수익 분배율은 통상 '제작자 44%' '실연자(가수 등) 6%' '음원 서비스 업체 40%' '권리자(작곡가·작사가·편집자) 10%'로 돼 있다.
세월호가 일본에서 중고로 팔아먹은 배였다거나 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버는 일본기업이 '독도말살 운동'에 앞장선다는 사실에만 연결시키면 네티즌들의 분노는 다분히 감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하필이면 일본 번안곡이었고 국민들이 이 노래를 들으며 슬퍼하는 동안 저작권료가 고스란히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다.
또 하나, 백번 양보해 순수한 의도로 헌정했다고 해도 진정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것이라면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의미의 멜로디와 가삿말이 만들어졌어야 제대로 된 추모곡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