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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호텔킹'의 연출자 교체 문제를 놓고 사측과 평PD들의 대립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이들은 "'작가를 설득하려 최선을 다했다'는 데스크의 노력은 '결방'이라는 단어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선배 대신 메인연출 자리를 제안 받았던 공동연출도, 강제로 프로그램에 대체 투입된 새 연출도, 데스크가 배우 대기실을 돌며 새 연출을 인사시키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조연출도 눈물을 삼켜야 했다"고 말했다.
평PD들은 제작 자율성 침해 문제를 제기하며 사측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이제 드라마 현장에는 이성도, 원칙도, 후배도, 조직도 없이 '무조건 결방만 막으면 된다'는 관료주의적 무사안일만 있는 것인가. 인간의 삶을, 그 기쁨을, 또 그 슬픔을 가장 깊이 고민하고 이야기해야 할 드라마가, 구성원의 인격을 처참히 살해하고도 작가 비위에 맞춰 시청률만 잘 나오면 되는 싸구려인가. MBC 드라마국이라는 배가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 안 들으면 징계 내릴테니 '가만히 있으라'는 것인가. MBC 드라마호는 침몰하고 있다. 시청률 앞에 드라마가 지켜야 할 진정성 따위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지 오래다. MBC 드라마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드라마의 본질로 다시 돌아가도 모자랄 데스크는 오히려 언발에 오줌누기식 막장 방송을 내보내기에 급급하다. 가라앉는 배 안의 우리들은 자율성도, 창의성도 거세당한 채 속수무책으로 현장에서 고립되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 모든 사태를 바로잡는 첫 걸음으로 우리 MBC 드라마국 평PD들은 '호텔킹' 연출 김대진 PD의 즉각 복귀를 요구한다"며 "연출을 바꾸지 않으면 대본 못 내놓는다는 작가의 '협박'이 끝까지 작품을 지키려고 했던 연출을 경질한 이유라는, 데스크의 변명을 우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끝까지 현장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배우나 스태프의 위로 문자에 답조차 못하는 동료를 위해, 조직의 결정에 항의하면 징계하겠다는 위협 앞에 지금도 수치심을 감내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는 동료들을 위해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순간까지, 우리의 행동은 계속될 것임을 천명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MBC는 그동안 '호텔킹'을 연출해 온 김대진 PD를 지난 12일 갑작스럽게 하차시키고 애쉬번(최병길) PD에게 새롭게 연출을 맡겼다. 이에 대해 MBC는 "일신상의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김대진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조은정 작가의 요구로 갑작스럽게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MBC 드라마본부 평PD들이 반발하며 단체 행동에 나섰고 MBC 드라마국은 내홍에 휩싸였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