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MC 서세원의 몰락, 어쩌다 이렇게 됐나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5-16 10:29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

방송인 서세원이 아내 서정희 씨를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1990년대 방송가를 호령하던 톱 MC였지만 지금 그에겐 가정 폭력 가해자라는 불명예만 남았다. 아직 경찰 조사가 끝난 건 아니지만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어쩌다 그는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서정희 씨는 지난 10일 오후 6시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오피스텔 로비에서 서세원과 말다툼을 하던 중 서세원이 뒤로 밀어서 다쳤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서정희 씨는 경찰에 "남편을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세원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관계자에 의해 검거됐지만 지병인 혈압과 당뇨의 심각성을 주장해 일단 풀려났다. 그리고 지난 14일 오후 10시 35분께 강남경찰서에 출두해 2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서세원은 아내와의 원만한 화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정희 씨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서세원에 대해 접근금지가처분 신청을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했다.

금슬 좋은 부부로 알려졌던 서세원과 서정희 씨의 불화. 해결의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화해를 원하는 서세원과 처벌을 요구하는 서정희 씨의 입장차가 크다. 두 사람의 갈등이 이미 봉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번 사건 이후 서세원은 준비 중이던 영화 연출에서 하차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에서 진행된 영화 '건국대통령 이승만' 영화제작 제2차 발기인 대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영화제작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서세원 대신 다른 감독이 영화 연출을 맡는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렇게 서세원의 재기는 또 한번 요원해졌다.

서세원은 지난 2월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건국대통령 이승만' 제작발표회 겸 시나리오 심포지움을 열고 "할리우드 배우를 비롯해 국내외 일류 배우들을 캐스팅해 해외 영화제에 출품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러고는 "우리가 성공적인 국가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좋은 지도자 이승만을 만났기 때문이다. 나도 지금까지 그 사실을 모른 채 엉터리로 살았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젊은이들을 위해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겠다. 이 영화를 통해 '빨갱이'들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 우리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자녀들이 큰일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행사의 진행자였던 전광훈 목사가 영화 '변호인'을 언급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미화했다"고 맹렬히 비판한 후에 이어진 발언이라, 마치 '변호인'을 겨냥한 듯한 뉘앙스로 읽히면서 파장이 더욱 컸다.

서세원은 1990년대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토크박스'의 진행자로 명성을 날렸다. 기획사 대표로도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2001년 조세포탈 및 배임증재 혐의를 받고 미국으로 도피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6년 대법원은 서세원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확정됐다. 그후로도 서세원은 여러 차례 신문 사회면에 오르내렸다. 2007년에는 기획사 소속 연예인 계약 위반으로 민사소송에 휘말렸고, 2009년에는 주가조작 및 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연예계에서 잠정 은퇴한 서세원은 지난해 6월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서세원 남희석의 여러가지 연구소'라는 프로그램으로 방송에 복귀했으나 시청률 부진으로 한달 만에 폐지됐다. 2011년 이후 목사 안수를 받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해왔으나 그마저도 지난 4월 초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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