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비극은 부도덕한 선장과 기본을 망각한 승무원들의 이기주의가 빚은 참사다. 또 운항해서는 안될 배가 바다에 떠다니도록 방조한 구조적 비리와 나태함이 불러온 재앙이다.
또 하나,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은 먹고 마시고 타고 입고 놀러다니는데서만 선진국이었다는 사실이다. 정부 당국의 무능과 시스템 부재도 전 세계인들의 손가락질 대상이 됐다. '한국인의 자화상', 알고보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그 책임에서 비켜갈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두달째, 저마다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만 남았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침울하고 가라 앉은 분위기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이 낀 5월은 가정의 달이지만 밝고 환한 웃음은 모두 사라졌다.
사건 직후 모든 활동을 중단한 채 릴레이 기부금 전달과 봉사활동 등 애도의 물결에 적극 앞장선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숨죽인 볼멘소리'가 하나둘씩 들린다.
"5월은 문화 예술행사가 가장 많은 달입니다. 사고 직후부터 모든 스케줄이 중단됐고 생계가 막막합니다. 우리 뿐이 아닙니다. 서민경제가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유가족의 슬품과 국가적 재난을 외면한거나 곧바로 웃고 떠드는 분위기로 가자는 얘기가 아니라, 최소한의 대안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부는 사고나 재난에 대한 시스템 부재만을 언급하지만, 지금 가장 절실한건 막막한 국민들이 어떻게 생업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매뉴얼을 갖추는 겁니다."
4월과 5월은 대중 예술인들한테는 1년 농사나 다름 아닌 중요한 시기다. 크고 작은 각종 모임과 축제가 몰려있는 탓이다. 정부나 지자체 발주 행사는 전면 취소됐고 기업이나 민간에서 주도한 이벤트도 올스톱이다. 이미 문을 닫는 대중문화 관련 행사 기획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언제쯤 재개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연예인들은 매년 현충일엔 행사를 잡지 않고 쉽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죠. 일종의 암묵적인 매뉴얼인 셈입니다. 이번 같은 불행한 재난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애도기간을 정해두고 슬픔을 나누되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기한 생업을 막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거죠."
인기를 누리는 1% 안팎의 스타급 몇몇을 제외하면 연예인 태반이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 안타깝게도 국가적 불행한 사고가 날 때면 가장 먼저 희생을 감수해야하는게 또 이들이다. 매번 국민 정서와 여론에 이끌려 우왕좌왕 할게 아니라 '불행한 사건의 크기에 따라 분야별로 매뉴얼을 정해둘 필요가 있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