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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일정한 소속 없이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 다르게 표현하면 정해진 퇴근 시간도 없고 휴일도 없는,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실력이 없으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잊혀지는 냉혹한 정글. 어쩌면 김민아 아나운서가 앞으로 마주칠지 모를 현실이다.
프로야구 개막 전에 결정해야 했다. 출항하는 배에 승선할 건지 말 건지를…. 배가 항구로 다시 돌아오려면 1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김민아는 '방송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첫 줄엔 골프와 피겨. 그 다음으로 라디오와 요리 등이 목록을 채웠다. 아이를 낳기 전, 지금이야말로 인생을 제대로 살아봐야 할 때란 생각이 들었다. '도전'은 필연적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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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를 옆에서 지켜본 남편은 이런 말을 했다. "크게 한번 망하는 것도 괜찮다. 그래야 네 선택에 후회가 없을 것 같다." 야속했을 것 같은데 김민아는 오히려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신뢰와 의리를 잃으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새로운 목표를 가다듬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고1 때까지 8년간 피겨선수를 했던 김민아는 지금 피겨 국제심판을 준비 중이다. 최근엔 태릉에서 열린 종별 선수권대회에서 심판으로 활약했다. 남편도 골프선수 출신인데다 김민아 또한 10년 전부터 골프를 시작했을 만큼 애정이 남다르다. 조만간 'SBS 골프 아카데미' 프로그램의 MC도 맡을 예정이다. 프리랜서 신분이지만,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한 선배께서 이런 메시지를 보내셨어요. '야구장이 무슨 신전이냐, 너는 여신이란 단어에 얽매이지 말고 네 길을 가라'고요. 지난 7년을 돌이켜보면, 가장 인기가 많았던 적도, 크게 주목받았던 적도 없었어요. 2인자였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의 선택이 누군가를 실망시켰지만, 앞으론 누군가가 저를 롤모델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오래 갈 수 있는 스포츠 아나운서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오로지 제 힘으로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