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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 기자의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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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보여지듯 14일과 3일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충분한 시간이면서도 사건의 전말을 풀고, 되돌리기란 벅차보이는 시간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그래서 빠르게 움직이고, 시간의 한계로 다급해하지만, 시청자들은 박진감있는 속도때문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가족의 죽음으로 사건 발달
가족의 위협만큼 설득력있고, 분노를 극에 달하게 하는 게 또 있을까. 두 드라마 모두 가족의 죽음이 연관됐다. '신의 선물'에서는 김수현이 딸 샛별(김유빈)이 실종된 후 시체로 돌아오자, 절규한다. '쓰리데이즈'에서는 아버지의 의문의 사고와 죽음으로 이어지며 한태경은 괴로워한다. 가족의 죽음 앞에 태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기에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가족을 해하려 했다면 가만 보고 있을 순 없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강한 공감을 사고, 사건을 같이 풀고 싶은 적극적인 참여 동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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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만나는 비범한 조력자
결코 혼자서 일을 해결할 수 없다. 김수현과 한태경의 조력자가 필요하다. 두 사람은 우연한 기회를 계기로 조력자를 만난다. 김수현에게 기동찬(조승우)가 그랬고, 한태경에겐 윤보원(박하선)이 그렇다. 한 사람은 전직 경찰, 한 사람은 현직 경찰이다. 두 조력자는 남들이 갖추지 못한 비범한 능력도 지녔다. 기동찬은 김수현과 시간 이동을 함께 했다. 유일하게 김수현의 상황을 이해하는 인물이다. 윤보원은 한태경의 아버지가 죽기 직전 말한 유일한 사람이며, 대통령 저격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EMP 탄을 설치한 용의자들을 목격한 이다.
봉섭 vs 봉수, 등잔 밑이 어둡다
'쓰리데이즈'에서 대통령 저격수는 다름아닌 경호실장 (함)봉수였다. 대통령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할 경호실장이 저격수였다는 사실은 극 초반 시청자들에게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신의 선물'에서는 기영규(바로)의 직업전문학교 담임 선생인 봉섭이 범인이었다. 평상시 장애아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고, 평판이 좋은 인물이었지만, 밤에는 냉혹한 살인마로 변신했던 것. 물론 이들에게는 이유가 있었다. 봉섭은 아이들을 버리고 간 엄마들에 대한 응징이 이유였고, 봉수는 대통령의 과거 비리 사건에 대한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유는 둘째고, 두 사람의 이중성은 흥미로운 전개를 이끌어내는 데 큰 몫을 했다. 또 두 사람은 모두 비밀을 간직한 채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절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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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첫번째 범인이 죽었다. 단독 범행이었다면, 여기서 끝났을 이야기다. 불과 3부만에 드라마가 끝나는 싱거운 전개는 보는 이도 맥 빠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초반에 범인들은 비밀만 남긴 채 죽고, 범인은 죽은 후에 '공범'을 남겼다. 공범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신의 선물'에서는 샛별이의 학교 앞 문방구, '쓰리데이즈'에서는 경호실장과 함께 해 온 경호원이 공범이었다. 두 사람은 길진 않았지만, 임팩트있는 공포로 주인공들을 압박했다.
주변 인물들의 반전 모습 드러나
중반부로 치닫을수록 잠자코있던 인물들이 성격을 드러낸다. '신의 선물'에서는 사형 집행을 반대하는 인권변호사이자, 성실한 남편 한지훈(김태우)의 불륜이 등장했다. 한지훈은 김수현의 방송작가 후배이자, 임신한 주민아(김진희)와 불륜 사실임이 들키고, 이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 이에 복수를 다짐하는 주민아의 모습도 보이면서, 샛별이의 실종이 더욱 복잡하게 얽힌 이유가 있음을 짐작케한다. '쓰리데이즈'에서도 이동휘가 선하기만 한 인물이 아님이 노출된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 이동휘는 돈만 아는 무기 장사꾼으로 등장, 관료들과 흥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동휘는 탐욕스런 기업가 김도진(최원영)과 손을 잡으며, 그의 돈과 힘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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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서스펜스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점점 큰 사건을 만들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끝내 눈덩이처럼 큰 사건이 되면 빵~ 결말을 내놓는다. 하지만 '신의 선물'과 '쓰리데이즈'의 엉성한 구성이 몰입도를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의 선물'은 반복되는 범인 찾기 놀이와 과거로의 회상 장면은 16부작 드라마로서 치밀하지 못하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극 전개 방식도 김수현의 도발과 위기, 기동찬의 구원으로 이뤄진 3단계 구성은 매번 예상되는 전개다. 한지훈이야 반전이 있다고 쳐도, 강력 팀장인 현우진(정겨운)의 무능력함은 보는 이를 답답하게 만든다. 거기에 주민아, 기동호(정은표), 추병우(신구), 이순녀(정혜선) 등 주변 인물들도 보다 섬세하게 그려내지 못해 쌩뚱맞은 뽑기식 '범인 찾기'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쓰리데이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함봉수 뒤로 나오는 뚜렷한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 서스펜스 드라마는 시청자의 뒤에 범인을 숨기는 게 아니라, 시청자의 앞에 버젓이 범인을 숨겨놓을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구성과 허를 찌르는 필력과 연출, 연기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