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임창정, "싸이가 부럽냐고? 내가 싸이의 최대 수혜자!"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4-03-24 07:29


가수 임창정이 5년 만에 정규 12집을 발표했다. 임창정은 발라드인 타이틀곡 '흔한 노래'에 이어 후속곡으로 '임박사와 함께 춤을'을 통해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할 예정이다. 사진제공=NH미디어

"싸이가 부러우냐고요? 오히려 고마울 따름인데요."

명품 발라더 임창정이 20일 정규 12집 '흔한 노래…흔한 멜로디…'를 발표했다. 지난 2009년 발표한 11집 이후 5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오랜만에 선보인 앨범과 관련해 인터뷰가 진행됐는데, 가요계에서 절친한 후배로 꼽히는 '국제가수' 싸이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임창정은 "싸이가 연락을 자주 안 해 서운하지 않으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오히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간간이 연락이 온다"며 "며칠 전에는 갑자기 '미국인데 갑자기 형이 많이 보고 싶네요. 한국에 가면 술 한잔 해요'라고 문자가 왔더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더니 뜬금없이 '형, 잘되면 저 차 사주기로 한거 기억하세요'라고 그러더라. 그래서 '네가 잘됐으니 네 돈으로 사라'고 답을 했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사진제공=NH미디어
이박사와 만든 '임박사와 함께 춤을'의 정체는?

임창정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문을 여시오'란 노래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비교될 정도로 코믹하게 제작된 '문을 여시오' 뮤직비디오는 공개 나흘만에 조회수 100만 건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중국 지역에서 많은 인기를 끌며 지난 연말에는 중국 CCTV의 최대 규모 설 특집쇼 '춘완'에 초청받아 100여명의 댄서들을 동원한 역대 최대 규모의 무대를 선보였다.

싸이를 흉내 내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것이냐는 질문에 임창정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 의견이 나온 것 같다. 무엇보다 싸이가 있었기에 중국에서 '문을 여시오'가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며 "싸이의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나"라고 말했다.

이어 "싸이는 정말 소중한 사람이다. 그를 보면서 '열심히 하면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그런 만큼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문을 여시오'와 같은 빠른 곡이 되지 않을까 예상됐지만 의외로 '임창정표 발라드'를 들고 나왔다.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실제로 소속사 사장님께 '임창정은 왜 발라드를 해야 합니까'라고 따지기까지 했다. 사장님이 회사 입장도 좀 생각해 달라고 해서 일단 발라드로 방송 활동을 하기로 했다."

임창정이 '문을 여시오' 2탄 형식인 동시에 12집 활동의 후속곡으로 준비한 비장의 카드는 '임박사와 함께 춤을'. 특히 이 노래에는 이박사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곡의 흥을 배가 시켰다. 임창정은 "신바람 하면 이박사 아니겠느냐. 소재지를 파악해 보니 일본에 계시더라. 그래서 녹음실에 초대했는데 한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애드리브를 해 주셨다"며 "그렇게 트로트에 클럽 음악 그리고 인도풍이 합쳐진 국적 불명의 곡이 탄생했다. 뮤직비디오도 제작해 공개하면 세상이 깜짝 놀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제공=NH미디어
순위 프로그램 1위, 욕심난다!

임창정의 컴백을 알리는 곡은 발라드 '흔한 노래'. 헤어진 여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로, 그저 유행가처럼 그리고 다른 보통 사람처럼 적당히 아파하며 조금씩 잊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20일 0시에 공개된 이 곡은 단숨에 멜론, 벅스, 올레, 소리바다 등 주요 음원차트 1위에 오르며 '임창정표 발라드'의 위력이 여전함을 입증했다.

임창정은 "굉장히 흔한 멜로디의 노래다. 앨범에 수록된 12곡이 거의 다른 작곡가들로부터 받은 거라 느낌이 제각각이지만, 모니터를 해 본 결과 이 노래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멜로디의 노래라 생각해 타이틀곡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멜로디는 쉽지만 지금까지 불렀던 노래 중에 가장 부르기 어려운 곡이다. 1집 수록곡인 '이미 나에게로'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보다 어렵다. 그때는 어렸고 지금은 40대라 그런가 보다"며 "라이브를 한 지 사흘 됐는데 지난 3개월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싶게 만들 정도로 힘든 곡"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은 임창정이 직접 음악 프로듀서로 나서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다.

타이틀곡 '흔한 노래' 이외에 호소력 짙은 임창정의 보이스와 세련된 코드로 독특한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보내야 했을까', 휘성이 직접 선물한 '마지막 악수', 실력파 보컬 '더 레이'와 함께 한 경쾌한 멜로디 '너는 행복' 등이 수록됐다.

임창정은 순위 프로그램 1위에 대한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음원은 발표할 때마다 1위를 했었다. 다만 슈퍼주니어나 버스커버스커가 바로 따라나와 1위를 짧게 했을 뿐이다.(웃음) 최근에는 순위 프로그램 1위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내가 1위를 하면 기분이 빠져 있던 누군가가 대리 만족을 느끼지 않겠느냐."


사진제공=NH미디어
은퇴 선언? 다시는 없을 것

5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 임창정은 "콘서트를 하기 위해서"라고 명확히 밝혔다.

"15년 전에 콘서트 두번 정도 했는데 노래 부르고 멘트하는 단조로운 형식이 재미가 없더라. 그래서 쭉 안 해왔는데 나이가 먹고 동료 가수들의 콘서트를 가보며 색다른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콘서트를 하자면 가수라는 것을 대중에게 알려야 했고, 지난해 싱글 '나란 놈이란'을 발표했는데 반응이 좋아 내친김에 정규 앨범까지 내게 됐다."

임창정은 오는 5월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 경기장을 시작으로 전국 7개 도시에서 10회에 걸쳐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한다.

콘서트는 지난 20년간의 연예 활동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형식으로 꾸며질 예정. 임창정은 "그동안 불렀던 노래를 쭉 뽑아보니 A4용지로 3장이 되더라. 이 가운데 타이틀곡과 활동했던 곡이 27곡이고, 조금 알려진 곡을 포함하면 40여 곡이 된다"며 "멘트 없이 불러도 3시간을 할 수 있다. 팬들과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곡을 선정해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임창정은 지난 2003년 가요계 은퇴를 깜짝 선언했다. 이유는 연기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것. 하지만 2009년 다시 가요계로 돌아왔다.

은퇴 번복과 관련해 임창정은 "당시는 무대 울렁증이 있어 무대에 설 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또 다른 가수 팬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게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다 초월이 된 것 같다"며 "지금은 노래를 부를 때 객석에서 '저 사람 누구야? 영화 배우야?' '야구 선수 아니야(천하무적 야구단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소리가 들려도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그저 영화 배우로라도 알아봐 주는게 고맙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지어 이제는 무대에 올라가면 내려가기 싫다. 다시는 은퇴 선언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것이다"며 웃어 보였다.

한편 가수이자 영화배우, MC, 예능인 등 다방면에서 활약 하고 있는 임창정은 "나는 대중 예술을 하는 광대일 뿐이다. 요즘은 후배 가수들이 연기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 하는데 앞으로 이런 흐름은 더 일반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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