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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 오만석이 마운드에 올랐다. 주무기는 몸쪽 직구와 바깥쪽 슬라이더. 글러브를 빠져나온 공이 묵직하게 깔리며 포수 미트에 힘있게 꽂혔다. 깨끗한 스트라이크.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플레이볼'. 이제 그들은 연예인이 아닌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다. 유니폼에 새겨진 태극기가 승부욕에 불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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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재질의 배트를 사용하느냐를 두고 양팀간 가벼운 해프닝도 벌어졌다. 대만 팀이 한국과 달리 나무배트를 사용했던 것. 반발력이 좋은 알루미늄배트를 쓰는 한국팀이 타격에 유리한 상황이다. 대만팀은 "괜찮다"며 원정팀을 배려지만, 한국팀이 오히려 "공정하게 하자"면서 대만 선수들에게 나무배트를 빌려와 적응 훈련을 했다.
이날 한국팀의 수훈갑은 '턱돌이' 길윤호. 6회 초까지 포수 마스크를 쓴 그는 6회 말에 마무리 투수로 변신해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한국 선수들 중에는 가장 빠른 시속 101km의 강속구로 대만팀의 불방망이를 틀어막았다.
한국팀의 첫 득점은 오만석과 김창렬이 합작했다. 선발투수였던 오만석이 1회 초 1번 타자로 나서 내야 안타로 출루한 뒤 빠른 발로 잽싸게 2루를 훔쳤고, 곧이어 4번 타자 김창렬이 통렬한 적시 2루타로 오만석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날 경기장에는 1만명이 넘는 현지 팬들이 몰려 프로 경기를 방불케 하는 열기를 뿜었다. 한국어 손팻말을 든 소녀팬부터 가족 단위 팬, 버스를 대절해 함께 이동한 팬들이 이른 아침부터 경기장 앞에서 장사진을 이뤘다. 전날 밤 12시부터 줄을 섰다는 정여(18) 양은 "한류 팬이기 때문에 오늘은 대만이 아닌 한국팀을 응원하겠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보위쉔(18) 양은 "인터넷 기사와 SNS로 경기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3시간 떨어진 타오위안에서 왔다"며 '꽃보다 남자'로 유명해진 김준에게 줄 선물을 들어 보였다. 경기에 앞서 열린 사인회에서도 대만 팬들은 한국의 스타들을 겹겹이 둘러싸고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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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만에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큰 인기를 끌면서 잠시 주춤했던 한류가 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다. '꽃보다 할배'의 영향으로 대만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의 수도 급증했다. 양국간 문화 교류와 관광 교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이번 연예인 야구 자선 경기는 문화-관광 교류에 공익적 의미까지 더해지면서 한류의 진화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스타 미디어의 박정철 대표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한국과 대만 연예인들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우애가 깊어지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가을에 대만 연예인 야구팀을 한국에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타이중(대만)=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