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돌이' 길윤호, 대만 타이중 구장에 경기를 한 최초의 왼손 포수 아닐까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3-16 23:28


타이중(대만)=사진공동취재단

이름은 몰라도 '턱돌이' 하면 웬만한 야구팬들은 다 알 것이다. 프로야구 9개 구단 중에 유일하게 동물이 아닌 사람의 얼굴을 따온 마스코트. 그라운드와 관중석을 누비며 재기발랄한 퍼포먼스로 경기장의 열기를 더하는 그의 이름은 길윤호다.

길윤호는 익히 알려진 대로 과거에 야구선수였다. 턱돌이로 활동하는 중에도 연예인 야구팀 '외인구단'에서 맹활약 중이다. 그는 16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대만 자폐아동을 위한 한국-대만 연예인 야구 자선 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는 "요즘 한국에선 프로야구 시범경기 중인데 넥센 구단이 배려해줘서 자선경기에 참석하게 됐다"며 "최선을 다한 플레이로 대만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길윤호는 좌투좌타다. 그래서 이번 경기에선 왼손 포수다. 프로야구 선수 중에 왼손잡이 포수는 한 명도 없고,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30여 명뿐이다. 1루 주자를 견제하는 데 왼손잡이가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 모르긴 몰라도 길윤호는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구장에서 경기를 펼친 최초의 왼손 포수일 것이다.

그는 "동료들과 달리 나는 선수 출신이라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며 약간은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에 앞서 선발투수 오만석의 공을 쉼 없이 받아내며 땀을 비오듯 흘렸고, 잠깐 휴식 시간에도 포수 미트를 손질하며 경기를 준비했다. 그는 "오늘 오만석 씨의 몸쪽 직구와 바깥쪽 슬라이더가 좋다"며 치켜세웠다. 투수 리드 전략에 대해 묻자 "초구부터 몸쪽 직구로 승부하고 변화구는 한두 개만 섞을 생각"이라고 했다.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3시(현지시각)가 가까워오면서 관중석은 1만 2000여 팬으로 가득찼다. 턱돌이가 아닌 선수로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 서는 경험은 길윤호도 처음이다. 그는 "차라리 턱돌이 탈을 가져올 걸 그랬다"며 장난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친선 경기인 줄 알았는데 승부욕을 내다 보니 다큐멘터리가 돼 버렸다"면서 "간단히 몸 푸는 느낌으로 경기를 할 줄 알았는데 유니폼에 태극기가 붙어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그러고는 "다음에는 선수 말고 턱돌이로 활약해야겠다"며 웃었다.

이날 길윤호는 4회까지 포수 마스크를 썼고 6회 말에 마무리 투수로 변신해 마운드에 섰다. 그야말로 전천후 활약. 최고 구속은 99km. 막강한 홈팀 대만에 맞서 호투했다. 하지만 7회까지 진행된 경기는 21대 9로 한국팀의 석패.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한 한국팀은 끝까지 열띤 응원을 보내준 대만 팬들에게 고개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길윤호는 "경기는 아쉽게 졌지만 승패가 중요하진 않았다. 대만 자폐아동을 돕기 위한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야구를 사랑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엔 한국으로 대만팀을 초청해 꼭 설욕전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란다"며 웃었다.
타이중(대만)=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타이중(대만)=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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