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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경기 앞둔 한국-대만 연예인 야구팀 "살살 봐주면서 합시다" 은근한 신경전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3-15 21:17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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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한스타 연예인 야구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10개 팀에서 각각 2명씩 뽑아서 20명이 올스타팀을 결성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조직력이나 결속력은 아무래도 저희가 많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이근희)

"대만 연예인 야구단 '명성(明星, 스타라는 의미)'은 25년 역사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25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실력도 많이 약해졌죠. 그러니까 내일 잘 좀 봐주십시오."(펑챠챠)

한국과 대만을 대표하는 연예계 스타들이 '야구 사랑'으로 뭉친 자리. 국기가 새겨진 유니폼까지 갖춰 입었으니 이제부터 그들은 연예인이 아닌 국가대표 선수다. 선수라면 당연히 강인한 승부욕이 있기 마련. 양팀 감독들이 괜히 약한 척 엄살을 피우며 상대팀의 전력을 살핀다. 통역을 통해 말이 전달될 때마다 선수단까지 동조해 잘 봐달라며 "워 아이 니"와 "사랑해요"를 외쳐댔다. 덕분에 양국 스타들은 첫 만남에도 어색함 없이 인사를 나눴다.

'대만 자폐아동을 위한 한국-대만 연예인 야구 올스타 자선경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대만 중부에 위치한 도시 타이중의 윈저호텔에서 한국과 대만 연예인 야구팀이 기자회견과 함께 대면식을 가졌다. 대만 교통부 관광국과 대만 관광청이 주최하고, 한국의 한스타 미디어와 대만사회복지기금회 '싱싱얼(星星兒)'이 주관하는 사상 첫 연예인 야구 자선경기. 단순한 문화 교류와 관광 교류를 넘어 공익적 의미까지 담긴 행사인 만큼 양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한국에선 이종원, 오만석, 박재정, 김준, 노승범(이상 배우), 김창렬, 고유진, 모세(이상 가수), 이봉원, 김현철, 김수용, 변기수, 박성광, 김대성, 한민관(이상 개그맨) 박광수(만화가)까지 총 19명. 대만 대표팀은 개그맨 펑챠챠(澎恰恰), 개그맨 쉬샤오šœ(許效舜), 배우 웡자밍(翁家明)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대만의 최고 MC이자 개그맨인 펑챠챠는 야구 영화를 연출한 소문난 야구광이다. 쉬샤오šœ과는 한국의 국민 MC 유재석-강호동 같은 사이로, 두 사람의 만남은 대만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만 TV가 이번 경기 생중계에 나섰다.

지난 2004년 안재욱이 소속된 '재미삼아' 팀과 경기를 한 적이 있다며 한국 연예인 야구와의 인연을 소개한 펑챠챠 감독 겸 단장은 "이번 자선경기를 계기로 상호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길 바란다"며 먼 길을 날아온 한국팀을 반겼다. 뒤이어 펑챠챠 감독이 "도마뱀을 닮았다"고 장난스럽게 소개한 쉬샤오šœ 부단장은 "연예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기쁨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며 "대만 연예인 야구 대표팀 멤버들은 야구 실력과는 상관없이 좋은 일을 하는 것에 굉장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돌아가길 바란다"며 한국어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근희 감독은 대만팀의 환대에 "최선을 다하는 경기로 화답하겠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한국팀은 야구를 가장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 분들로 멤버를 구성했다. 실력은 부족해도 열심히 하는 자세는 뒤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교류전을 계기로 양국 연예인들이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양팀은 덕담을 주고 받으면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본격적인 경기에 앞서 입담으로 전초전을 치르는 분위기였다. 주제는 역시나 상대팀의 전력. 투수의 구속을 묻는 펑챠챠 감독의 기습 질문에 이근희 감독은 "비밀"이라며 재치있게 응수했고, 쉬샤오šœ 부단장은 "상대팀 요주의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받고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이근희 감독의 후덕한 뱃살을 가리켜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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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챠챠 감독은 "한국팀의 경기 영상을 봤을 때 투수가 좀 약하지 않은가 생각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는 무서운 분이 대기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펑챠챠 감독의 '매의 눈'에 걸린 선수는 바로 오만석. 아니나 다를까. 오만석은 이번 경기의 선발투수. 이근희 감독은 "양국의 친선을 위해서"라며 선발투수를 공식 발표했다. 오만석은 "내가 의도하지 않고 공을 던졌을 때 변화구가 되더라"며 겸손한 각오를 보탰다. 대만팀의 선발 투수는 바로 펑챠챠 감독. 앞서 "대만팀은 감독이 선발투수인데 나이가 60살이 넘었다"고 농담처럼 했던 말이 사실이었던 것. 펑챠챠 감독과 오만석이 나란히 투구폼을 선보이자 "부자지간 같다"는 우스개소리가 들러와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이근희 감독은 "경기가 열리는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야구장은 한국 야구와는 악연이 있다. 한국 국가대표팀이 이곳에서 좋은 성적은 거둔 적이 없다. 마운드가 한국보다 높아서 키가 큰 투수가 공을 뿌리면 한국팀 타자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은 이 경기장에서 대만 대표팀을 꺾었음에도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연말 아시아시리즈에선 삼성 라이온즈가 대만의 퉁이 라이온즈에게 석패했다. 이근희 감독의 걱정이 괜한 엄살이 아니었던 것. 비록 프로선수가 아닌 연예인 팀이지만 한국을 대표해 타이중 경기장과의 지긋지긋한 악연을 끊어내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경기의 선공은 한국팀이다. 대만팀은 "동전 던지기에서 한국이 후공이 나오더라도 선공권을 드리겠다"며 원정팀을 배려했다. 그리고 양팀 선수들은 손을 모아 "짠"을 외쳤다. 대만에서 '짠(讚)'은 '좋다'는 뜻으로 쓰이는 단어. 한국에서 '최고'라는 뜻으로 쓰는 '짱'을 연상케 했다. 양팀은 그렇게 "짠"과 "짱"을 외치며 내일의 선전을 약속했다.
타이중(대만)=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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