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산' PD, "가족된 연예인, 헤어질 땐 모두 울었죠"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3-14 07:18


권영찬 PD. 사진제공=MBC에브리원

서럽게 울면서 가지 말라고 붙잡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놓고 나오는 길. 가수 이상민의 뒤돌아선 등이 오열하며 떨리고 있었다. 다섯 살, 네 살 아들과 22개월 딸을 키우는 싱글맘의 가족이 되어 함께 지낸 2박 3일. 처음엔 기대하지 않았다.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MBC에브리원에서 방영 중인 '우리집에 연예인이 산다'에선 뜻밖의 순간에 가슴 먹먹해지는 특별한 감동을 만나게 된다. 연예인이 일반인 가족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어 2박 3일간 함께 생활하는 형식의 관찰 예능 프로그램. 첫 만남에 마냥 신기해하던 가족들도, 낯선 환경에 쭈뼛거리던 연예인도, 헤어짐의 순간이 찾아오면 눈이 짓무르도록 운다. 카메라를 든 제작진도 매번 울었다.

'우리집에 연예인이 산다'를 연출하는 권영찬 PD는 '가족의 소중함'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권 PD 역시 그렇게 짧은 시간에 정이 들고 가족애가 생길 줄은 몰랐다고 했다.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리얼리티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연예인이 실제 가족이라면 어떤 판타지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기획하게 됐죠. 처음엔 연예인들이 자기 혼자라는 걸 걱정하는데 촬영이 끝나면 한결같이 출연하길 잘했다고 하더라고요. 방송 후에도 가족들과도 연락하며 지내고요. 이상민의 룰라 팬들은 가족에게 쌀과 과자 같은 선물을 보내기도 했죠.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들어준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사진제공=MBC에브리원
이상민 외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새 가족을 만났다. 김지석은 아버지가 오랜 출장으로 자리를 비워 할머니, 어머니, 두 딸, 어린 막내아들만 있는 가족의 듬직한 아들이 됐고, 김예원은 아들 넷만 둔 떡집의 막내딸로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정은 난민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콩고 소년의 형으로, 외국 생활을 오래 한 지나는 국악 가족의 딸로 함께 생활했다. 포미닛 막내 권소현은 처음으로 맏이가 돼 동생들을 보살폈고, 문희준은 댄서를 꿈꾸는 남동생을 얻었다.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마지막 한 조각 퍼즐. 제작진이 연예인과 가족을 조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다.

"이상민 가족에겐 사탕을 줬다가 빼앗은 것처럼 마음 아팠어요. 이상민도 가족에 대한 상처가 있고, 아이들에겐 아빠의 빈자리가 있으니까. 서로 보듬어주면서 진짜 가족이 된 거죠. 그리고 예원 가족에겐 모든 게 처음이었어요. 눈이 오던 날 아버지가 우산 들고 딸 마중을 나가는 것도, 어머니가 딸의 머리를 땋아주는 것도요. 오빠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라면서 예원이를 챙겼죠. 낯선 이국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콩고 가족은 이정과 함께 다니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니까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사진제공=MBC에브리원
가족들이 생활하는 집에는 스태프가 한 명도 없다. 카메라 20대를 곳곳에 설치해 놓고 외부 상황실에서 지켜볼 뿐이다. 출연자들이 방송이라는 걸 의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제작진은 이들에게 별도의 미션을 주지도 않는다. 심지어 연예인과 가족은 대면할 때까지 상대가 누군지도 알지 못한다. 콩고 가족을 만난 이정은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이었다고 할 정도로 당황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출연진은 서로를 알기 위해 더욱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 가족으로 스며든다. "김지석의 여동생들은 오빠의 화보 촬영을 구경하다 깜짝 놀라더라고요. 김지석이 워낙 살갑게 대해주니까 그가 연예인이라는 걸 잊어버렸던 거죠. 연예인도 집에서 평범한 가족일 뿐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리집에 연예인이 산다' 홈페이지엔 신청 사연이 넘쳐난다. 권 PD는 시골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녀가 엑소 오빠들을 만나고 싶다며 정성껏 꾸며 보낸 손편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브리지로 VHS 테이프 이미지를 넣은 건, 이 프로그램이 추억을 돌려볼 수 있는 선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권 PD의 아날로그 감성은 프로그램 안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관찰이든 리얼리티든, 형식보다는 주제의식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연예인보다는 일반인 가족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탄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모를 여읜 가족에게 중견 연예인이 부모가 돼줄 수도 있겠죠. 다큐멘터리가 진짜라서 재미있는 것처럼 우리 프로그램도 진짜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권영찬 PD. 사진제공=MBC에브리원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