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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게 울면서 가지 말라고 붙잡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놓고 나오는 길. 가수 이상민의 뒤돌아선 등이 오열하며 떨리고 있었다. 다섯 살, 네 살 아들과 22개월 딸을 키우는 싱글맘의 가족이 되어 함께 지낸 2박 3일. 처음엔 기대하지 않았다.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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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가족에겐 사탕을 줬다가 빼앗은 것처럼 마음 아팠어요. 이상민도 가족에 대한 상처가 있고, 아이들에겐 아빠의 빈자리가 있으니까. 서로 보듬어주면서 진짜 가족이 된 거죠. 그리고 예원 가족에겐 모든 게 처음이었어요. 눈이 오던 날 아버지가 우산 들고 딸 마중을 나가는 것도, 어머니가 딸의 머리를 땋아주는 것도요. 오빠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라면서 예원이를 챙겼죠. 낯선 이국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콩고 가족은 이정과 함께 다니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니까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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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연예인이 산다' 홈페이지엔 신청 사연이 넘쳐난다. 권 PD는 시골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녀가 엑소 오빠들을 만나고 싶다며 정성껏 꾸며 보낸 손편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브리지로 VHS 테이프 이미지를 넣은 건, 이 프로그램이 추억을 돌려볼 수 있는 선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권 PD의 아날로그 감성은 프로그램 안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관찰이든 리얼리티든, 형식보다는 주제의식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연예인보다는 일반인 가족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탄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모를 여읜 가족에게 중견 연예인이 부모가 돼줄 수도 있겠죠. 다큐멘터리가 진짜라서 재미있는 것처럼 우리 프로그램도 진짜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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