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혁의 엔터비즈]PPL 대박 '별그대', 모두가 웃은건 아니다. 돈쓰고 배아픈 나쁜 예는?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4-03-11 07:43


그래픽=김변호기자bhkim@sportschosun.com

사진제공=SBS

요즘 드라마는 PPL이 먹여 살린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방송법 개정 이후 지상파 3사의 PPL 매출 실적은 해마다 100억원 씩 팽창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 소품으로 등장하는 상품을 일컫는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의 최대 노출 허용 시간은 전체 방송분량의 100분5이며, 한 프로그램에 방송할 수 있는 광고주 수는 방송 시간(30~180분)에 따라 15~50개다.

PPL이 인기를 얻으며 상품 하나의 PPL 단가는 회당 최대 3500만원까지 치솟았다.

과열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소위 흥행카드들이 나오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엔 어떻게든 브랜드 한번 노출해보려고 관계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문제는 거액의 간접광고가 대박 효과로 온전히 이어지진 않는다는 점이다. 돈 쓰고 효과 못보는, 심지어 욕 먹는 PPL의 뒷이야기를 모아봤다.


사진제공=SBS
스타 작가도 풀기 어려운 PPL 공식

요즘 드라마 주인공들은 유독 책을 열심히 읽는다. 평생 책은 베개로만 쓸거 같은 극중 문제아들도, 책을 통해 애정고백을 한다. 알고보면, 억단위의PPL이 걸려 있다. 2010년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만들어낸 새로운 트렌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전파를 탄 뒤 한 달만에 10만부가 넘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지 못한 간접 광고는 결코 효과를 보지 못한다.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역전의 명수' 김수현 작가에게도 PPL은 간단한 일은 아닌듯하다. 2011년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선 주인공 수애의 직업을 출판사 편집자로 설정, 김진명의 '고구려'를 등장시켰으나 전혀 화제가 되지 못했다.


김은숙 작가도 '시크릿 가든' 만한 메가톤급 대박은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 PPL 계약금이 1억원으로 알려진 2012년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는 유명 소설가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비롯해 문학동네 책이 여러권 소개됐으나 후폭풍은 기대에 못미쳤다. 최근 SBS '상속자들'에선 이민호가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시집을 통해 애정표현까지 하는 등 노골적인 광고를 하지만, 드라마의 인기에 비해선 판매 상승이 폭발적이진 않았다는 후문이다.

'왕가네 식구들'(KBS2)의 경우 제대로 역효과를 냈는데, 마지막회서 문영남 작가는 30년 후 왕가네의 모습을 전하면서 피자 가게 등 주인공들이 관련된 업체들이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고 일일이 언급했다. 그러다보니 가뜩이나 떨어지는 개연성에 제대로 초를 치는 일이 발생하면서,"'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다"는 등의 악플이 쏟아졌다.


사진제공=tvN
느낌 모르니까, 엇박자 PPL

간접 광고 협찬사의 의도와 시청자 반응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수입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는 '별에서 온 그대'에 협찬을 하면서 지난 1월 출시한 소형차 CLA클래스의 광고 효과를 가장 기대했다. 그러나 대박은 '엉뚱'한데서 터졌다. 전지현의 차 E클래스 카브리올레가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 드라마에서 천송이가 '붕붕이'라 부르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웹툰 작가가 소위 '붕붕이의 일기'라는 인터넷 콘텐츠를 만들면서 또한번 화제 몰이를 했다.

이처럼 협찬사 의도와 달리 주력 제품은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주인공의 직업이나 캐릭터에 따라 차만 기껏 협찬해주고 전혀 효과를 못볼 때도 종종 있다. 수년전 한 국내 완성차 브랜드가 화제 드라마에 대규모 협찬을 했다가 울상을 지었다. 여주인공이 톱스타인 것까진 좋았으나, 극중 차를 몰 형편이 전혀 안되는 설정에 따라 제대로 브랜드 노출 한 번 못시킨 것이다.

심지어 징계를 부르는 일도 많다.

tvN '꽃보다 누나'는 최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6조인 '(간접광고)상품에 대해 명칭, 상표, 디자인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제한 규정 위반으로 법정제재 '주의' 조치를 받았다.

이승기가 광고 모델로 있는 마켓오의 '리얼 치즈칩 포테이토'를 과도하게 홍보한 게 문제가 됐던 것. 방송에서 식사 도중 이승기가 난데없이 "선생님, 이게 진짜 치즈 맛이에요"라고 언급, 시청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또 '꽃보다 누나' 측은 해당 제품에 대해 '이게 볼 땐 딱딱해 보이는데 씹으니까 되게 부드러워'라는 자막을 넣기도 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신성록. 사진제공=SBS

신성록과 닮은 꼴로 화제가 된 카톡개
재주 부린다고, 다 돈 버나?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과 전지현의 대화 수단으로 종종 등장한 네이버의 라인은 PPL 효과에 힘입어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 이용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어 해외시장에서도 인기 돌풍이 이어질 태세다.

그러나 라인은 의외의 '복병'을 만났는데, 바로 가장 신경쓰이는 경쟁상대 카카오톡이 어부지리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극중 악역을 맡은 신성록이 '카톡 개'로 불리는 스마트폰 메신저 캐릭터와 닮았다고 네티즌들이 '발견'하면서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

전지현이 모델로 있는 아모레퍼시픽도 마찬가지. 극 초반 전지현이 사용한 립스틱이 입생로랑의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초반 돌풍을 차지했다. 이 제품은 방송 이후 서울 강남 신세계백화점에서만 2500 개가 모두 팔려 1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14회에서 아이오페의 컬러 핏 립스틱 23호 등을 노골적으로 노출하고, 한율 제품을 전지현이 한참 들고 있게 하는 등 뒷수습에 나섰으나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편 '별에서 온 그대'가 식음료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깊은 아쉬움을 남기긴 마찬가지였다. 중국까지 강타한 '치맥(치킨+맥주)'열풍이나 라면 인기를 접한 관련 브랜드들은 "적극적인 간접광고를 했다면…" 하고 무릎을 치고 있다. 실제로 농심 타오바오 쇼핑몰에서 2월 20일 도민준과 천송이가 여행지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장면이 방송된 후 주간 매출이 전주 대비 60%나 올랐다. 이에 농심 측은 '별에서 온 그대' 출연진의 광고모델 발탁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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