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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SNS 카톡, "제작진이 내 눈물을 기대…머리 아프고 토할것 같아"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당시 화장실 문은 잠겨 있었고, 안에선 물소리가 나고 있었다. '샤워 중일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다른 여성 출연자 혼자 동전으로 문을 열었는데 전씨는 1.8m 높이 샤워기에 헤어드라이기 전선줄로 목을 맨 상태였다. 화장실 바닥에서는 전씨가 작년 11월부터 일기 형식으로 글을 적은 수첩이 발견됐다. 전씨는 이 수첩에 '엄마 아빠 미안해…나 너무 힘들었어. 살고 싶은 생각도 이제 없어. 계속 눈물이 나. 버라이어티한 내 인생 여기서 끝내고 싶어' '여기서 짝이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삶의 의욕이 없어' 등의 글을 적었다. 전씨는 '짝' 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일부 남성에 대해 호감이 간다는 내용의 글도 적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남성 7명, 여성 5명 등 일반인 12명이 참가해 지난달 27일부터 제주도에서 촬영해왔다. 숨진 전씨가 발견된 펜션은 참가자들의 숙소이자 촬영 장소인 '애정촌'이었다.
전씨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고교 동창인 조모(29)·한모(29)씨는 이날 서울의 한 카페에서 조선일보 취재진을 만나 "제작진이 전씨를 불쌍한 캐릭터로 만들려 했다"고 주장하며 전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와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두 사람은 전씨가 전화 통화에서 "맺어지는 커플들을 부각시키려고 내가 혼자 있는 장면을 너무 많이 찍는다" "화장실 앞까지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괴롭다" "내가 너무 이상하게 방송될 것 같아 PD에게 편집을 부탁해야겠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공개한 전씨의 문자 메시지에는 '제작진이 내 눈물 기대한 것 같은데 (내가) 씩씩해서 당황한 눈치' '나 지금 촬영 장소 빠져나와 제작진 차 타고 병원 가는 중' '신경 많이 썼더니 머리 아프고 토할 것 같아'라는 표현이 있었다. 두 사람은 "친구가 '짝' 출연 신청을 했다가 번복하려 했으나 '결재 다 받고 티켓팅도 해놔서 취소 안 된다'는 제작진 말을 듣고 결국 갔다. '그렇게 요란 떨면서 짝 찾아야 되나 싶다'는 게 친구의 토로였다. 친구는 제작진이 자신을 불쌍하고 외톨이가 되어버린 것처럼 그려내는 것을 무척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친구가 죽은 뒤 SBS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 보도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문자와 통화 내용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범한 회사원인 전씨는 주변 권유로 직접 '짝' 프로그램 출연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씨가 프로그램 촬영 초기에는 참가자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일부 남성 참가자는 전씨에게 호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촬영하는 동안 인기가 점점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3일과 4일에는 각각 두 커플이 외부로 데이트를 하러 나갔지만 전씨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망한 전씨의 아버지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딸이 한 번도 속을 썩인 적이 없었고, 직장생활도 잘했다"며 "4일 밤 11시쯤 아내(전씨 어머니)에게 '힘들다'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말했다.
'짝' 제작진은 사고가 나자 이날 "제작 중 출연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일부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달리 촬영장에서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스포츠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