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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연예인에게 결혼은 광고의 무덤이라고들 했다. 소속 여배우의 열애설이 터지는 순간 기획사 사장들은 한숨부터 쉬었다. 수입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절로 들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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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막으랴, 천송이 가시는 길을'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요즘 광고계는 한마디로 전지현 천하다. 아웃도어(네파) 뷰티(한율, 일리) 패션(유니클로) 이동통신(SK텔레콤) 가전(삼성전자) 등을 두루 섭렵한 가운데, 몸값이 더욱 치솟고 있다.
비슷한 행보를 79년생인 이보영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 이어 '너의 목소리가 들려'까지 드라마 두 편을 잇달아 성공시킨 이보영은 데뷔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자(필립스, 캐리어에어컨), 금융(지역농협), 뷰티(A.H.C) 등의 대표 얼굴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선구안이다. '광고 퀸'으로 만들어줄 작품을 고르는 눈이 대단하다. 자신을 밀어줄 퀸메이커도 잘 찾아냈다.
전지현은 신인 때부터 10여년 함께 해온 싸이더스와 결별한 뒤 오히려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왔다. 이 과정에서 최동훈 감독(영화 '도둑들') 류승완 감독(영화 '베를린') 등 든든한 지원군을 만나 '전지현은 이제 끝났다'는 편견에 종지부를 찍어줬다.
이보영 또한 소현경('내 딸 서영이'), 박혜련('너의 목소리가 들려') 작가와 손을 잡고 기존의 청순가련형 이미지를 완전히 떨쳤다. 자신이 캐스팅 0순위가 아니었는데도 기존 스케줄까지 조정해가면서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과 적극성도 그녀의 필살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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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뽀샤시'해야 했던, 그래서 과거 20대 여배우들의 본거지였던 뷰티업계 또한 요즘 30대가 대세다.
77년생인 김희선은 KGC라이프앤진 '동인비' 모델로 활동 중. 이나영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랑콤의 대표 얼굴로 특유의 고혹적인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임수정은 선배 김희애와 함께 SKⅡ의 장수 모델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국내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 단독 모델을 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브랜드 이미지와 함께 갈 수 있는 장수 모델을 선호하는 편이다.
여기에 82년생인 송혜교(아모레퍼시픽)나 80년생인 김태희(LG생건)도 오랫동안 뷰티 모델로 활동 중이며, 78년생인 하지원, 82년생인 손예진은 요즘 가장 핫한 시장이라는 아웃도어의 광고를 찍으면서 여전한 스타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유행에 가장 민감하다는 패션 뷰티 쪽에서도 30대의 올킬 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완벽한 자기 관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20대를 능가하는 아름다움을 뽐내며 '방부제 미모' 종결자란 말을 듣곤 한다. 여기에 신인때는 찾을 수 없었던 원숙미까지 더하면서 더욱 특별한 매력으로 팬들에게 어필한다.
더불어 이들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있어서도 철저한데, 모 배우가 드라마 계약서에 처음부터 조명이나 후보정 처리에 대한 조항을 넣은 일은 연예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빡빡한 드라마 촬영장에서 이들의 까다로움이 '갑 질'로 비난받을 수도 있지만, 팬들앞에서 항상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만큼은 인정해줘야하지 않겠냐"며 "또 그런 고집이 있고 완벽주의가 있기에 그리 오래 정상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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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층이 30대 골드미스족으로 옮겨가면서, 그들이 동일시 할 수 있는 연령대 스타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미 오래된 현상이다. 스타의 이성교제나 결혼 출산 등 사생활에 대해 크게 영향받지 않는 팬심과 사회의식 변화도 30대 배우들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변화 지점은 한국사회 특유의 모바일 공간의 극대화, SNS 등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등에서 찾아볼 일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아침 반나절이면 웬만한 뉴스가 다 소비되고, 루머 또한 빛의 속도로 퍼져나간다. 드라마에서 발음 한 번 잘못하면 '발연기'로 바로 낙인이 찍히고, 한 번 이런 훈장을 받게 되면 벗기도 힘들다.
따라서 오랜 세월 말많고 탈많은 연예계에서 스스로 터득한 이 30대 배우들의 위기관리법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김태희가 비와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만천하에 공개된 뒤에도 끄떡없듯이, 데뷔 10년 차를 대부분 넘긴 이들은 부침없이 인기를 유지하는 내공을 이미 수차례 입증해왔다. '훅'하고 인기가 꺼지는 경우가 없기에, 거금을 쏴야하는 광고주들 입장에선 충분히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날이 갈수록 검증된 카드를 선호하는 광고계에선 굳이 리스크가 큰 20대 배우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젠 여배우들도 수동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스타일보다는 개성과 캐릭터가 명확한 경우가 더욱 소비자에게 어필한다"며 "특별히 10대나 20대를 타깃으로 하는 제품이 아니라면, 검증된 스타성과 자기 관리력을 보여준 역전의 노장들에게 더 광고가 쏠리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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