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소서노' 등 우리 미학과 전통을 담은 창작뮤지컬 잇달아 개막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4-03-02 14:32


◇소리꾼들의 삶을 통해 인생과 예술의 의미를 담은 창작뮤지컬 '서편제'. 사진제공=오넬컴퍼니

◇고대사의 여걸을 판타지를 가미해 재탄생시킨 창작 가무극 '소서노'. 사진제공=서울예술단

우리 전통의 미학과 정서를 담은 뮤지컬들이 새 봄을 맞아 활짝 나래를 편다. 최근 서양의 소설이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 유행을 타고 있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창작 뮤지컬의 중심임은 분명하다. 오넬 컴퍼니의 '서편제', 서울예술단의 '소서노'가 개막을 앞두고 있고, 쇼플레이의 '해를 품은 달'은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방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2년 만에 리바이벌되는 '서편제'는 이청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0년 초연되어 그 해 한국뮤지컬대상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완성도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우리의 전통 판소리, 그 가운데서도 섬진강 서쪽에서 발달한 서편제를 모티브로 '소리'에 평생을 바친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 인생과 예술의 의미를 진지하게 묻는다. 실패한 소리꾼인 아버지 유봉이 딸 송화의 득음을 위해 두 눈을 멀게 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올해 무대에는 지난 두 차례의 공연을 통해 검증된 배우들에 새로운 배우들이 가세해 탄탄한 팀워크를 보여줄 예정이다. 소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딸 송화 역에는 초연부터 함께한 대한민국 대표 소리꾼인 이자람과 이 작품으로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을 거머쥔 배우 차지연이 다시 캐스팅되었다. 이들 외에 '보이스 코리아'에서 가창력을 인정받은 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머더 발라드'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신예 장은아가 새롭게 투입됐다.

의붓 아버지 유봉에 반발해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나서는 동호 역에는 폭발적인 가창력의 배우 마이클 리와 실력파 송용진, 그리고 그룹 엠블랙의 멤버 지오가 번갈아 나선다. 진정한 소리에 대한 갈망으로 송화의 눈을 멀게 하는 비정한 아버지 유봉 역은 중견배우 서범석과 양준모가 다시 맡아 한(恨)의 내공을 담을 연기를 보여준다.

국내 최고의 크리에이티브팀이 다시 뭉쳤다. 작곡가 윤일상, 작가조광화, 연출 이지나, 음악감독 김문정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특히 이번 프로덕션에서는 추가로 곡을 만들어 송화와 동호의 관계를 더욱 강조한다. 록, 발라드, 클래식 등 다양한 서양 음악과 판소리의 조화를 통해 풍성한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오는 20일부터 5월 11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서울예술단의 '소서노'는 우리 고대사의 여성 히어로를 새롭게 부각시킨 창작 가무극이다. 소서노는 연인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건국하고 아들 온조와 더불어 백제를 건국한 한민족 역사에서 유일한 창업 여제다. 단재 신채호는 '조선 상고사'에서 소서노에 대해 "조선 역사상 유일한 창업여제로, 고구려와 백제 두 나라를 건국한 사람"이라고 적고 있다.

가무극 '소서노'는 두 나라를 건국한 유일무이한 여왕이었음에도 TV 드라마에서는 조역에 머물렀던 여걸을 상상력과 판타지를 가미해 용맹한 전사이자 현명한 통치자로서 재탄생시켰다. 연인 주몽과 함께 고구려를 건국했지만 사랑하는 주몽을 떠나 새로운 땅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던, 여왕 소서노의 이야기를 통해 두 왕국 건국신화의 이면에 감춰졌던 역사의 비밀들을 하나 둘씩 풀어낸다.

'소서노'는 역사적 사실(Fact)에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Fiction)를 더한 팩션(Faction) 형식의 공연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중견 작가 이희준의 상상력이 가미돼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 소서노가 창조되었다.


소서노 역에는 '미녀와 야수', '조로', '레미제라블' 등에서 청아한 음색과 섬세한 표현력을 과시한 서울예술단 출신의 뮤지컬 디바 조정은이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녀와 호흡을 맞출 주몽 역에는 '윤동주, 달을 쏘다', '쓰릴미', '김종욱 찾기' 등에서 열연한 서울예술단 단원 박영수가 나선다. 여기에 서울예술단 단원들의 앙상블이 아름답고 역동적으로 어우러진다. 작곡가 김길려의 웅장한 음악과 미술감독 이태섭의 환상적인 무대도 곁들여진다. 연출은 서울예술단의 예술감독인 정혜진이 맡았다.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뒤, 4월 5일부터 12일까지 천안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지방투어에 나서는 창작뮤지컬 '해를 품은 달'. 사진제공=쇼플레이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왕과 액받이 무녀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은 서울 공연을 끝낸 뒤 지방 투어에 나선다. 4월 10일부터 12일까지 울산 현대예술관, 4월 18일부터 19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공연된다. 100만부 넘게 팔린 정은궐의 베스트셀러 소설가 원작으로 김수현 한가인 주연의 드라마도 큰 인기를 모았다. 전통의 아름다움과 현대의 미학을 접목한 무대와 의상, 드라마틱한 조명 속에 다채로운 음악과 안무를 곁들여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 받았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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