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조검증] 김수현, 그는 진정 외계인인가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2-28 07:30


그래픽=김변호기자bhkim@sportschosun.com

1609년(광해 1년). 한 외계인이 지구에 불시착했다. 훗날 천방지축 톱배우 천송이(전지현)의 매니저가 되어 그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 도민준(김수현). 그는 지구에서 404년을 사는 동안 군 입대만 24번, 49년 7개월간 군생활 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최근엔 ET와의 '커플 잠옷'까지 포착됐다. 덩달아 도민준을 한몸처럼 연기한 김수현까지 외계인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 '어마무시한 남자' 김수현의 정체를 한번 탐구해봤다.

자비 없는 신체조건

김수현은 신체조건부터 지구인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프로필상 그의 키는 180cm. 그중 얼굴 크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9분의 1. 여배우들마저 졸지에 '대두'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소두'는 참으로 자비가 없다. SBS 김성준 앵커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은 잘한 캐스팅이다. 진짜 외계인 같다. 외계인이 아니면 나와 인종이 다르거나, 내 연배 주변에서 그런 용모와 체형을 본 기억이 없다. 그나저나 나도 명색이 체격 좋다는 북방계 혈통인데 왜 멈췄을까?"

어디 그뿐인가. 많은 이들이 그의 매력으로 손꼽는 입꼬리와 눈꼬리를 보자. 중력의 영향을 받는 지구인이라면 당연히 아래로 쳐지기 마련. 그러나 살짝 치켜올라간 것을 보면 그는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외계인이 틀림없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얼굴도 그렇다. 좀처럼 늙지를 않는 '방부제 외모'. 이 역시 지구의 법칙에선 예외다. 네티즌들이 찾아놓은 졸업사진과 과거 출연작 사진이 그 증거다. 그래서인지 김수현은 상대 여배우들의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성인보다 나은 아역의 등장을 알린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2010년)에선 당시 중학생이던 1995년생 남지현과 호흡을 맞췄고 '별에서 온 그대'(2014년)에선 1981년생 전지현과 연기했다. 남지현과 전지현의 나이차는 14살. 그는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전무후무한 '멜로킹'이다.


김수현 졸업사진

MBC '김치 치즈 스마일'(2007년), KBS2 '정글피쉬1'(2008년), Mnet '소소가백'(2009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초능력과 동급의 흥행력

김수현의 흥행력은 '초능력'과 거의 동급이다. 출연만 했다 하면 흥행이니 '김수현 효과'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첫 방송부터 시청률 15.6%(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한 '별에서 온 그대'는 4회 만에 20%를 돌파했고, 12회에선 25%를 훌쩍 넘어섰다. 졸지에 존재감을 잃어버린 경쟁 드라마에겐 '불운'이자 '재앙'이었다. 그럼에도 김수현과 '별에서 온 그대'의 상승세는 꺾일 줄 모르니, 이 또한 자비가 없다.

그런데 사실 '해를 품은 달'(2012년)은 더했다. 무려 18%로 출발해 3회엔 23.2%를 기록했고, 김수현을 비롯한 성인 연기자들이 첫 등장한 6회엔 30%에 0.7% 모자란 29.3%를 나타냈다. 그후로 시청률 그래프는 더 가파르게 올라갔다. 8회에 30% 돌파, 10회에 37%대 진입, 16회에 40% 돌파, 최종회 시청률은 무려 42.2%였다. 당시 전국은 '김수현 앓이'로 들끓었다. 게시판이 김수현으로 도배됐고, CF가 물밀듯 쏟아졌다. 가히 신드롬을 방불케하는 수준이었다.


드라마 '드림하이'는 꼴찌에서 1위로 대연적극을 펼쳤다. 야금야금 시청률을 올리더니 5회 만에 동시간대 '역전의 여왕'과 '아테나'를 제쳤다. 체감인기는 가히 국민드라마 수준. 그 중심엔 김수현이 연기한 송삼동 캐릭터가 있었다. 이뿐만 아니다. 세 편의 드라마 출연작에서 김수현이 부른 OST는 음원 차트를 강타했다.

영화라고 예외일리 없다. 첫 상업영화인 '도둑들'은 1298만 명으로 '아바타'와 '괴물'에 이어 역대 흥행 3위에 올랐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695만 명, 심지어 카메오 출연한 '수상한 그녀'마저 27일 기준 누적관객수 787만 명을 기록했다. 전 분야에서 단 한번의 실패도 없는 역대급 흥행력. 외계인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SBS '자이언트'(2010년)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2009년), KBS2 '드림하이'(2011년). 사진제공=SBS, KBS
지구인을 교란하는 비방용 개그

그래도 신은 공평했다. 뛰어난 외모와 동급 최강 연기력, 엄청난 흥행파워, 구름같은 인기까지 모든 걸 김수현에게 줬지만, 오직 개그감만은 주지 않은 듯하다. 이 또한 외계인이기 때문인 걸까.

김수현은 스스로 자신의 개그를 '비방용'이라고 자책한다. 나름대로 웃기려고 던진 말에 상대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일쑤. 그래서 뜻하지 않은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해를 품은 달' 당시 TV 연예 정보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연애를 9번 했다"고 말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연애를 10번 이상 해봤다'라는 질문에 X라고 답한 뒤 웃겨보려고 "9번?"이라고 토를 달았던 게 그만 일이 커져버린 거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쇼케이스 사건도 있다. "41살에 21살과 (결혼하고 싶다)"고 농담처럼 한 말에 사회자가 "그럼 지금 영유아가 아닌가?"라고 대꾸하자 "전국의 유치원생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말해 네티즌의 꾸지람을 들었다. 웃기려고 한 말이 역효과가 난 대표적인 케이스. 김수현 입장에선 한숨 나올 만한 일이긴 한데, 억울하다면 너희 별로 돌아가시든가.

전국의 수험생들에게 재수의 꿈을 심은 것도 문제다. 김수현은 4수 끝에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당시 그는 이런 글을 남겼다. "여러분들은 재수하지 마시고 삼수하지 마시고 사수하지 마세요. 저처럼 됩니다." 이건 또 왠 '망발'인가. 김수현 처럼 되기 위해(?) 기왕 시작한 재수 생활이라면, 왠지 4수까지는 가봐야 할 것 같다.

그래도 가끔은 그가 인간임을 믿게 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김수현은 '드림하이'에 출연한 수지와의 인맥을 활용해 걸그룹을 보러 연말 가요대전에 구경갔다고 한다. 걸그룹은 지구에서도, 외계에서도 '절대 신앙'인 듯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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