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강호동-신동엽, 예능 장기집권이 계속되는 이유?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2-25 07:59


그래픽=김변호기자bhkim@sportschosun.com

예능가를 삼등분한 유재석-강호동-신동엽의 장기집권. 2014년에도 '유강신의 시대'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수많은 도전과 변화의 바람 속에 때때로 '예전만 못하다'며 위기론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최고의 예능 MC, 예능신(神)이라는 지위는 흔들리지 않았다.

유강신 전성시대

유재석이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은 모두 3개. SBS '런닝맨'은 12~13%대, KBS2 '해피투게더3'는 7~9%대, MBC '무한도전'은 13%대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런 안정감은 유재석의 가장 큰 장점이다. 경쟁 프로그램들이 폐지와 신설을 거듭하는 중에도, 유독 유재석의 프로그램만 장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런닝맨'은 벌써 5년. '무한도전'과 '해피투게더'는 각각 9년, 10년이 됐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는다는 것. 이 또한 유재석의 장점 중 하나다.

잠정은퇴로 1년의 공백기를 가졌던 강호동은 방송 복귀 후 MBC '무릎팍도사'와 SBS '맨발의 친구들'이 연이어 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위기 앞에 강한 MC다. SBS '스타킹'은 동시간대 '무한도전'과의 박빙 승부 끝에 지난 달 18일과 25일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최근엔 KBS2 '우리동네 예체능' 팀과 함께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소치로 날아가 스피드 스케이팅 특별해설위원으로 활약하며 화제를 모았다. 방송가 안팎에선 강호동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이 기획 중이라는 소식이 꾸준히 들려온다.

'동엽신(神)' 신동엽은 요즘 예능가에서 가장 바쁜 MC다. 그가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은 JTBC '마녀사냥', '99인의 여자를 만족시키는 남자', KBS2 '불후의 명곡', '안녕하세요', 채널A '이영돈 신동엽의 젠틀맨', Mnet '비틀즈 코드 3D', E채널 '용감한 기자들', SBS 'TV 동물농장'까지 무려 8개. 새롭게 시작하는 tvN 'SNL 코리아', KBS2 파일럿 예능 '미스터 피터팬'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최고의 위치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하는 자세가 신동엽에게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줬다.

왜 강한가?

예능가를 10년간 좌우해온 '유강신'. 이들은 왜 강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월등하게 잘하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예능PD는 "예능 프로그램은 기획력으로만 승부할 수 없다"며 "좋은 MC는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때문에 확실히 프로그램의 성공 확률을 높여준다.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이 바로 그런 MC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찰 예능 같은 새로운 포맷이 성공했지만 아직은 톱 MC가 없어도 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라며 "리얼 버라이어티는 유재석과 강호동, 19금 토크쇼와 성인 코미디는 신동엽을 떠올리듯 그들만의 독보적인 영역이 있는데 그 역할은 새로운 MC가 등장하더라도 쉽게 대체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강신'이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새 얼굴을 발굴하고 조련하는 데 미치는 영향력이다. '유강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두각을 드러내 예능에 본격 진출한 비예능인들이 무수히 많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데프콘과 존박이다. 데프콘은 '무한도전' 조정 특집과 우천취소 특집 등에 게스트로 출연한 후 MBC '나 혼자 산다'로 첫 고정을 꿰찼고 KBS2 '1박2일 시즌3'까지 접수했다. Mnet '방송의 적'과 '무한도전' 여름예능캠프 편에 출연했던 존박은 현재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강호동의 총애를 받으며 맹활약 중이다. 한 예능PD는 "색다른 예능 캐릭터로 주목받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거쳐갔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라며 "세 MC는 출연자들에게서 숨겨진 재능을 찾아내고 극대화시켜 빠르게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실제로 많은 비예능인들이 세 MC를 예능 교본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변화해야 할 때

그럼에도 급변하는 방송 트렌드와 시청률 경쟁은 '유강신'의 지위를 끊임없이 흔들고 있다. 예능 대세가 된 관찰 예능과 육아 예능은 사실상 MC가 필요 없는 프로그램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종편채널의 집단토크쇼 역시 의학, 요리, 가정문제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출연시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지상파 3사 연예대상에서 '유강신'이 대상 수상에 실패했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두가 유재석과 강호동을 데리고 프로그램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자구책을 찾기 시작한 것이 새로운 포맷과 콘텐츠의 개발로 이어졌다"며 "이러한 시도들이 성공하면서 방송사와 제작진이 기존의 톱 MC 없이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포맷의 등장과 함께 예능의 구조 자체도 변하고 있다. 지난해 SBS 연예대상을 받은 김병만은 '정글의 법칙'에서 예능이 아닌 '모험'을 하고 있고,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육아'를 하는 중이다. MBC에서 대상을 받은 '아빠 어디가'는 '여행'을 했다. 무조건 '빵빵' 터지는 웃음을 강조하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의 예능은 공감과 흡인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다 보니 '유강신'이 소화하지 못하는 새로운 영역의 강자들도 나타났다. '독설'과 '시사문제'로 특화된 김구라, 생활형 예능 MC로 자리잡은 전현무, 스튜디오물과 야외물을 모두 아우르는 전천후 MC이자 스포츠 캐스터로서 생방송에 강점을 지닌 김성주 등이다. 이들은 종편과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유재석과 강호동은 지상파에만 머무르고 있고, 신동엽의 '다작'은 이미지 소비를 우려하게 한다. 예능가는 지금 '유강신'에게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재촉하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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