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사, 2013년 어떤 실적 거뒀나?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4-02-24 07:00


주요 게임사들의 2013년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지난해 게임사들은 각종 규제의 파고 속에서 온라인게임의 전반적인 부진이 이어졌다. 대세 장르가 된 모바일게임 역시 경쟁 격화로 쉽지 않은 싸움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만을 살펴보자면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을 함께 만드는 게임사들의 성적이 가장 나은 가운데, 온라인 전문 게임사들은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은 그런대로 유지했다. 반면 모바일 전문 게임사들의 실적은 예년보다 더욱 악화됐다. 오픈마켓과 플랫폼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이 높은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그대로 반영됐다. 건강한 게임계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향후 반드시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나름 선전했다

국내 온라인게임사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외산 게임의 독주 속에 별다른 신작을 내지 못하며 고전했다. 하지만 기존 효자게임에다 해외실적으로 이를 보완하며 나름 선전을 펼쳤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와 '길드워2' 등을 앞세워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또 다시 썼다. 2013년 실적 결산을 통해 7567억원의 매출과 2052억원의 영업이익 그리고 15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2년에 비해 32억원 증가하는데 그치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36%나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7.1%.

역시 '리니지'가 2879억원을 기록하며 효자게임임을 입증했다. '길드워2'가 1233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올해 '블레이드&소울'의 중국 매출이 본격화되면, 엔씨소프트가 제시한 8900억~9400억원 예상매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넥슨은 연매출 1553억엔(약 1조 6386억원)으로 전년의 1084억엔에서 무려 43%의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507억엔(약 5349억원)으로 2012년 대비 7% 성장에 그쳤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33%로, 2012년의 44%에 비해 감소했다. 넥슨은 지난해 'FIFA 온라인 3'를 새롭게 서비스하며 큰 매출 성과를 일궈냈지만, 여전히 주력은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메이플스토리' 등 예전에 개발하거나 M&A를 통해 확보한 게임들이다. 이에 따라 넥슨은 최근 서 민 대표를 물러나게 하고 박지원 신임대표를 선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반면 네오위즈게임즈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예상대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2013년 매출액은 4429억원, 영업이익은 959억원으로 2012년의 6753억과 1150억원에 비해 각각 34%와 17%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1.65%. 지난해 3월 'FIFA 온라인 2'의 서비스를 중단했고, 지난해 7월 '크로스파이어'의 계약조건이 변경되면서 이미 예견된 바 있다. 별다른 온라인게임 신작이 없고 기존 게임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올해가 네오위즈게임즈로선 가장 큰 위기라 할 수 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자체개발, 투자, 소싱 등을 통해 확보한 20여종의 모바일게임으로 올해를 버텨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발빠른 모바일 전환, 실적이 증명했다

온라인게임에서 여전히 매출을 내면서 모바일 전환에 공을 들인 게임사들은 지난해 좋은 성과를 냈다.

지난해 모바일게임에서 가장 많은 히트작을 냈던 CJ 넷마블은 전년도 2121억원보다 무려 134% 고성장한 4968억원의 매출을 2013년에 달성했다. 영업이익 역시 큰 폭의 신장세를 거뒀다. 2012년에는 6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2013년에는 667억원을 올렸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13.42%로, 모바일게임의 저수익 구조를 반영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도 전년 대비 90% 증가한 22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흑자 전환했다. 모바일게임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 140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7% 성장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5.43%에 불과했다. 모바일게임 집중 탓이다.

액토즈소프트는 창립 이래 최대인 139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231원이다. 매출은 지난해 대비 68%나 성장했다. '밀리언아서'라는 모바일 카드게임의 빅히트 덕분이다. 올해는 30~40여종의 모바일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모바일, 소문 비해 실속 떨어졌다

모바일 전문 게임사들은 화려한 성과에 비해 실속이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몸이 된 게임빌과 컴투스는 지난 12일 2013년 실적을 함께 발표했는데, 매출액에선 역대 최고액을 또 다시 세웠지만 영업이익은 두 회사 모두 50% 이상 감소했다.

게임빌은 812억원의 매출로 2012년보다 16% 성장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21억원에 그치며 지난해 올린 영업이익 241억원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컴투스는 2013년 연간 814억원의 매출과 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6%의 증가로 역시 역대 최대 수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2%나 감소했다.

이는 두 회사 모두 카카오 플랫폼에 입성한 게임이 늘면서 이미 예견됐다. 예전에는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등 오픈마켓에만 수수료 30%를 지불하면 됐지만,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전체 매출의 21%를 더 지불해야 하기 때문. 또 기존 온라인게임사들이 히트작을 대거 내면서 경쟁이 더욱 격화된데다, 인건비가 상승하고, 게임의 소싱을 위해 예년보다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게임빌은 영업이익률이 14.9%, 컴투스는 9.5%에 그치며 제조업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에 불과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흥행 게임을 내고도 흑자를 내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나친 수수료율을 낮추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지 못할 경우 히트 게임이 많아 크로스마케팅이 가능한 대형 게임사들만 살아남고, 스타트업 모바일게임사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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