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했다, 스타크래프트2', 큰 재미를 준 프로리그 1라운드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4-02-13 06:59



'응답했다, 스타크래프트2!'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시즌' 1라운드의 플레이오프는 '화제' 그 자체였다.

올 시즌 새롭게 도입된 라운드별 포스트시즌이었지만, 상당한 긴장감과 더불어 큰 재미를 선사했다. '스타2'로 치르는 두번째 시즌을 맞으면서 선수들의 기량이 한결 성숙된 것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스타2'가 '스타크래프트1'에 비해 단조롭고, 한번 승부가 기울어지면 역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편견도 깨졌다. '스타2'에 대한 재인식의 계기가 된 셈이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SK텔레콤 T1과 삼성 갤럭시 칸이 겨룬 10일 플레이오프였다. 세트 스코어 1-1로 맞선 가운데 SKT는 2세트에서 승리를 거둔 김민철이 3세트에 나왔고, 이를 막기 위해 삼성은 김기현을 내세웠다.

두 선수는 자신의 종족에서 나올 수 있는 대부분의 유닛을 생성하고, 맵에 놓여진 대부분의 자원을 모두 써가며 랠리전을 펼쳤지만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게임 플레이 타임은 2시간 21분 12초였다. 게임 내 타이머가 1.4배 빠르게 조정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실제 경기 시간은 무려 1시간 44분이었다. 이는 지난 2007년 '스타1'으로 펼쳐진 EVER 스타리그 2007 16강전에서 이재호와 진영수가 1시간 24분 37초간 경기를 펼쳐 사상 최장 시간으로 기록된 것을 20분 정도 넘는 엄청난 대혈전이었다. 초반 전략에 따라 1~2분 내에도 승패가 결정될 수 있는 '스타2'의 특성을 감안하면, 분명 대기록임에는 틀림없다. 두 선수는 무승부를 기록했고, 재경기를 통해 김민철이 승리를 거뒀다. 결코 패할 수 없다는 두 선수의 열정이 빛난 명경기였다.

결국 SKT는 7세트 에이스결정전까지 간 끝에 김도우가 삼성의 에이스인 신노열을 한방 러시로 무너뜨리며, 결승전에 올라 11일 통신사 라이벌이자 1라운드 정규리그 1위팀인 KT 롤스터와 맞붙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SKT는 너무 많은 힘을 쓴 탓인지, 맞수 대결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KT의 첫 주자로 나선 주성욱이 SKT의 정윤종 김민철 어윤수를 차례로 꺾은데 이어 4세트에서 원이삭마저 꺾는 등 이른바 '올킬'을 달성하며 4대0의 완승을 거둔 것이다.

KT는 1라운드 7전 전승의 전태양, 6승2패의 이영호 등 2명의 테란 듀오를 내보지도 않고 손쉽게 승리를 거두며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40포인트와 1500만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SKT로선 지난 9일 진에어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원이삭이 이병렬 하재상 김유진 조성주 등 진에어 4인방을 모조리 꺾는 '올킬'로 승리를 거뒀는데, 이틀만에 그대로 당하며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어쨌든 새롭게 시작된 2014시즌 프로리그는 다양한 화제를 뿌리며 1라운드를 마쳤다. 무엇보다 전태양 조성주 등이 향후 라운드에서 팀의 승리를 책임질 대표적인 에이스로 우뚝 섰고, '스타2' 도입 이후 부진을 거듭했던 KT와 SKT 등 인기 구단들이 올 시즌 비로소 부활한 것도 팬들을 다시 끌어모으는 원동력이 됐다. 여기에 올 시즌부터 새롭게 서울 강남역 인근 넥슨 아레나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열리면서 팬들이 손쉽게 경기장을 찾아 수준높은 '스타2' 경기를 지켜보게 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체 시즌을 4라운드로 쪼개, 매 라운드별로 승자연승제의 플레이오프를 도입한 것도 새로운 흥미요소가 됐다. 한 주의 휴식에 돌입한 프로리그는 오는 23일 2라운드에 돌입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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