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계 '대세' 최수형, "이병현 눈빛, 이정재 섹시, 최민식 섬뜩 닮고 싶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4-02-10 09:39


뮤지컬배우 최수형이 5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수형은 스페인을 배경으로 사랑에 목숨거는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인 뮤지컬 '카르멘'에서 나쁜남자의 전형인 '가르시아'역을 맡아 살인까지 서슴치 않는 집착같은 사랑을 연기하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2.05/



이 남자의 첫 느낌? 상남자다.

최수형(35). 그는 뮤지컬계의 뜨끈 뜨끈한 대세 배우다. 한 눈에 봐도 선 굵은 연기자다. "장군 역을 많이 했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진다. 강렬한 눈빛과 최고급 세단처럼 착 깔리면서도 세상 끝까지 전달될 듯한 울림 있는 목소리. 최근 영화계에 유행하는 사극 대작에 꼭 어울린다.

최수형은 지난 연말부터 LG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대작 '카르멘'(2월23일까지)에 출연중이다. 스페인을 배경으로 사랑에 목숨을 거는 네 남녀의 엇갈린 운명의 사랑이야기. 극중 최수형은 나쁜남자 '가르시아'다. 카르멘이 소속된 서커스단 대장으로 강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갖춘 인물. 하지만 카르멘에 대한 과도한 애정이 상건달 마초 근성과 거친 화학 작용을 일으켜 삐뚤어진 집착남이다. 하지만 희한하다. 최수형이 연기하는 가르시아는 밉기보다 멋있다. 깊은 애정 없는 인스턴트 사랑의 시대. 묘하게도 최수형 표 가르시아는 '오죽 사랑했으면…'의 공감을 느끼게 한다. '저런 사랑의 포로가 된다면 어떨까?'하는 아슬아슬한 '스톡홀름 증후군'의 경계를 오간다.

그는 과연 가르시아란 캐릭터에 어떤 마법을 부린걸까. "악역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원작을 보고 처음에는 왜 늘 싸우는지 이해가 잘 안 갔어요. 가르시아는 사연이 있는 악인 건달이죠. '우린 어린 얘가 아니야' 이런 대사를 유추해보면 카르멘의 과거를 알고 그와 오래 전부터 사연이 있었을 인물이에요. 암울한 과거도, 둘이 좋았을 때도 있었겠죠. 어릴 때부터 사랑을 넘어 '너의 주인은 나야'라는 생각을 믿음처럼 하는 인물이죠. 보호해주고 보듬어주고 만들어준 사람이 난데 어떻게 떠나려 할 수 있느냐고 생각을 하죠."


뮤지컬배우 최수형이 5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수형은 스페인을 배경으로 사랑에 목숨거는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인 뮤지컬 '카르멘'에서 나쁜남자의 전형인 '가르시아'역을 맡아 살인까지 서슴치 않는 집착같은 사랑을 연기하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2.05/
최수형은 '카르멘'에 가장 늦게 합류했다. 강도가 아주 센 악역이 남길 이미지 고착에 대한 부담감. 살짝 있었다. 하지만 '클로저'에서 호흡을 맞췄던 신성록의 조언이 마음을 돌리게 했다. "성록이가 저한테 '형, 거부하려고 하지마. 형은 이런 캐릭터를 꼭 해야 해'라며 적극적으로 권유했어요. 실제 공연 시작 후 관객 분들의 반응과 피드백이 좋더라고요. '자기한테 꼭 맞는 옷 입었네', '악역만 했음 좋겠네'라며…. 성록이 말이 맞았던거죠."

'별에서 온 그대'에서 섬뜩한 소시오패스로 제대로 악역을 표현하고 있는 신성록. 그는 '카르멘'에서 착한 호세 역을 맡았다. 카르멘을 놓고 가르시아와 대척점에서 선 인물이다. "성록이가 '형, 내가 '별 그대'에 가르시아야'라고 해요. 가끔 서로 '우리 호세랑 가르시아를 바꿔서 하면 어땠을까'하는 얘기도 하죠. 물론 그런 생각을 해 볼 때도 있어요.(하하)"

카르멘 차지연과의 엇갈린 사랑도 묘하다. 전작 '아이다'에서 아이다와 라다메스였던 둘은 죽고 못사는 사이였다. 하지만 '카르멘'에서는 못 잡아 먹어 안달이다. 덕분에 둘의 몸은 성할 날이 없다. "카르멘과 몸싸움이요? 격렬하죠. 머리채 쥐고 싸우는건 태어나서 처음이에요.(웃음)공연이 거듭될수록 감정이 더 깊어져서인지 나도 모르게 난 상처를 발견하게 돼요. 서커스, 아크로바틱, 마술처럼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서 힘들긴 해도 관객분들에게 볼거리를 많이 제공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아요."


뮤지컬배우 최수형이 5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수형은 스페인을 배경으로 사랑에 목숨거는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인 뮤지컬 '카르멘'에서 나쁜남자의 전형인 '가르시아'역을 맡아 살인까지 서슴치 않는 집착같은 사랑을 연기하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2.05/
'아이다', '클로저', '딜라이트', '카르멘' 등 대작들을 통해 뮤지컬계의 총아로 떠오른 최수형. 영역을 확장할 생각은 없을까. "사실 무대와 카메라를 구분하는 시대는 지났잖아요. 양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들도 많고요."


숱한 무대 공연으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 성악을 전공한 뒤 합창단을 거쳐 뮤지컬계에 진출하기까지 그를 이끈 것은 천상의 목소리. 배우 최수형의 최대 무기다. "저는 정작 성악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관객석 끝까지 들려야 한다', '마이크를 이겨야 한다'고 늘 강조하시는데 대사 전달력에 있어서는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다른 장르인 스크린 속 그는 어떤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했고 또 닮고 싶을까.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까하고 감탄할 때가 많죠. 이병헌씨의 눈으로 얘기하는 모습, '관상'에서 수양대군 이정재씨가 등장할 때 보여주는 섹시함, '악마를 보았다'에서 최민식 선배님의 섬뜩함은 닮고 싶은 모습입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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