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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첫 느낌? 상남자다.
최수형은 지난 연말부터 LG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대작 '카르멘'(2월23일까지)에 출연중이다. 스페인을 배경으로 사랑에 목숨을 거는 네 남녀의 엇갈린 운명의 사랑이야기. 극중 최수형은 나쁜남자 '가르시아'다. 카르멘이 소속된 서커스단 대장으로 강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갖춘 인물. 하지만 카르멘에 대한 과도한 애정이 상건달 마초 근성과 거친 화학 작용을 일으켜 삐뚤어진 집착남이다. 하지만 희한하다. 최수형이 연기하는 가르시아는 밉기보다 멋있다. 깊은 애정 없는 인스턴트 사랑의 시대. 묘하게도 최수형 표 가르시아는 '오죽 사랑했으면…'의 공감을 느끼게 한다. '저런 사랑의 포로가 된다면 어떨까?'하는 아슬아슬한 '스톡홀름 증후군'의 경계를 오간다.
그는 과연 가르시아란 캐릭터에 어떤 마법을 부린걸까. "악역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원작을 보고 처음에는 왜 늘 싸우는지 이해가 잘 안 갔어요. 가르시아는 사연이 있는 악인 건달이죠. '우린 어린 얘가 아니야' 이런 대사를 유추해보면 카르멘의 과거를 알고 그와 오래 전부터 사연이 있었을 인물이에요. 암울한 과거도, 둘이 좋았을 때도 있었겠죠. 어릴 때부터 사랑을 넘어 '너의 주인은 나야'라는 생각을 믿음처럼 하는 인물이죠. 보호해주고 보듬어주고 만들어준 사람이 난데 어떻게 떠나려 할 수 있느냐고 생각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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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 차지연과의 엇갈린 사랑도 묘하다. 전작 '아이다'에서 아이다와 라다메스였던 둘은 죽고 못사는 사이였다. 하지만 '카르멘'에서는 못 잡아 먹어 안달이다. 덕분에 둘의 몸은 성할 날이 없다. "카르멘과 몸싸움이요? 격렬하죠. 머리채 쥐고 싸우는건 태어나서 처음이에요.(웃음)공연이 거듭될수록 감정이 더 깊어져서인지 나도 모르게 난 상처를 발견하게 돼요. 서커스, 아크로바틱, 마술처럼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서 힘들긴 해도 관객분들에게 볼거리를 많이 제공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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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무대 공연으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 성악을 전공한 뒤 합창단을 거쳐 뮤지컬계에 진출하기까지 그를 이끈 것은 천상의 목소리. 배우 최수형의 최대 무기다. "저는 정작 성악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관객석 끝까지 들려야 한다', '마이크를 이겨야 한다'고 늘 강조하시는데 대사 전달력에 있어서는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다른 장르인 스크린 속 그는 어떤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했고 또 닮고 싶을까.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까하고 감탄할 때가 많죠. 이병헌씨의 눈으로 얘기하는 모습, '관상'에서 수양대군 이정재씨가 등장할 때 보여주는 섹시함, '악마를 보았다'에서 최민식 선배님의 섬뜩함은 닮고 싶은 모습입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