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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영화 '로보캅'이 무려 27년만에 리메이크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87년 '로보캅'은 국내에서도 개봉해 젊은 세대들의 열광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라 이번 리메이크작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6일 베일을 벗은 새로운 로보캅은 27년이라는 시간 동안 발전한 기술을 그대로 집약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블랙수트 뿐만 아니라 전작을 오마주한 실버수트까지 한층 세련됐다. 메카닉들의 움직임도 훨씬 빨라졌다. 사실 과거 로보캅의 움직임은 꽤 둔한 편이었다. '저 움직임으로 어떻게 악당들을 잡을까' 할 정도로 맷집은 좋지만 느렸다.
하지만 새로운 로보캅은 그런 둔한 느낌은 전혀 없다. 날씬한 몸매 덕분에 움직임도 빨라졌고 발전한 CG덕분에 액션도 자연스럽고 리얼리티 있게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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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그런 SF물로만 아는 이들이 많지만 87년 '로보캅'은 꽤 심오한 주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는 영화다. 폴 버호벤 감독은 할리우드에서도 SF장르를 통해 사회비판을 하는 능력이 탁월한 감독으로 꼽힌다. '토탈리콜'이 그랬고, '스타쉽트루퍼스'가 그랬다.
마찬가지로 '로보캅'의 배경이 되는 디트로이트시는 부도 위기에 빠졌고 급기야 경찰을 민간기업에 위탁해 운영하는, 말하자면 요즘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 있는 '민영화'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여기에 인간으로서의 의식이 남아있는 사이보그 '로보캅'을 등장시켜 인권이 먼저인가, 공공이익이 먼저인가에 관한 물음을 내놓기까지 한다.
반면 새로운 '로보캅'에서는 가족애와 인권을 전면에 배치했다. 경찰권이 민간기업에 넘어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로보캅'과 그의 가족들이 기업에 의해 헤어지게되는 부분을 부각시킨 것. 사실 로봇이 경찰이 되면 인간 경찰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될텐데도 그런 걱정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전작과 다르게 가족애을 전면 배치해 아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이보그 아버지 알렉스 머피(조엘 킨나만)로 관객에게 어필하려 한다.
특히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가 경쾌한 분위기로 바뀐 것은 관객들에게 어떻게 평가받을지 궁금한 부분이다. 87년 '로보캅'에서 디트로이트시는 굉장히 우울한 도시였다. 부익부 빈익빈은 만연한 상황에서 범죄가 일상화된 도시로 그려졌다. 하지만 2014년 '로보캅'의 호세 파딜라 감독은 꽤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온갖 모략이 만들어지는 레이몬드 셀라스(마이클 키튼)의 사무실도 화려하고 밝으며 최첨단이다. 때문에 눈은 꽤 즐겁고 러닝타임은 빠르게 흘러간다.
버호벤 감독의 '토탈리콜'은 지난 2012년 리메이크됐지만 전작의 흥행을 잇지 못했다. 2014 '로보캅'이 '토탈리콜'의 전철을 밟지 않고 리메이크 징크스를 깰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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