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지형도 바꾼 '사랑찾아 인생을 찾아' 조항조
가수 조항조의 화려한 비상이 대한민국 가요계의 지형도를 바꿔 놓았다.
그가 부른 '사랑찾아 인생을 찾아'는 각종 뮤직차트 순위에서 수주째 정상을 차지해 화제를 몰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23년전 MBC '사랑이 뭐길래'의 배경음악과 비교하기도 한다.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김국환이 부른 '타타타'는 전국민적 노래로 부상했다.
'사랑찾아 인생을 찾아'가 화제몰이는 그때와 비슷하지만 확연하게 다른 점이 있다. '타타타'는 이미 부른 노래를 틀어준 것에 불과하지만 이번 곡은 드라마를 기획하면서 OST곡을 별도로 만들어 가수를 캐스팅하는 사전 작업을 병행했다는 점이다.
또 드라마 작가와 연출 PD 등 스탭이 이구동성으로 조항조를 1순위로 꼽았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여기에 대해 조항조는 이렇게 말했다.
"주말극 OST곡을 불러달라는 제의를 처음 받았을때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 이전에 한번도 드라마 주제곡을 불러본적이 없는데다 트렌디한 발라드곡을 부르는 젊은 가수들의 전유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저를 염두에 두고 곡을 쓰고 리듬 또한 제 노래 스타일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작가의 말을 듣고 용기를 냈다."
다소 빠르고 경쾌한 리듬의 이 곡은 음악에 관한 한 완벽하리만치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고수하고 지켜온 그에겐 모험이었다. 그룹사운드 시절부터 34년간 음악적으로는 사실상 첫 변신인 셈이었다.
그러나 고심 끝에 노래를 부르기로 결심한 그는 최선을 다해 매달렸다. 스스로 마음에 들때까지 몇 번의 녹음을 반복했다. 성인가요계에 몇 안되는 싱어송 라이터답게 프로 뮤지션의 열정을 담아냈다.
이 노래의 히트가 단지 운이 좋았다거나 우연한 성공이 아니라는 얘기다. 단지 드라마의 인기나 명성 때문에 노래가 히트했다면, 극중 함께 등장하는 다른 OST곡은 어떨까. 한주완과 이윤지의 러브테마곡인 '사랑인가 봅니다'나 가수 숙희가 부른 '마취'는 '사랑찾아 인생을 찾아'에 묻혀 시청자들에게는 여전히 낯설다.
아무튼 '왕가네 식구들'의 인기와 맞물린 OST의 부활은 '가수 조항조'에게도 엄청난 변화를 안겼다.
성인가요계 가수들의 명성과 인지도는 지금껏 태진아 송대관 현철 설운도 배일호 등 '트로트 4인방' 또는 '트로트 5인방' 중심으로 움직여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항조의 부상으로 이런 공식은 깨졌다. 일시적인 관심이나 화제가 아닌 전연령대를 아우르는 대중적 바람몰이 덕분이다.
요즘이 각종 가요행사가 줄어든 비수기임에도 조항조의 인기만큼은 상상 초월이다. 얼마전 MBC 다큐프로그램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한 조항조는 "하루 스케줄이 8개를 뛴 적이 있고 밀려드는 방송프로그램 섭외로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털어놨다.
지상파 가요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K모 PD는 "젊은 발라드 가수가 아닌 50대 성인가수가 드라마 OST를 부른 것 자체가 예상 밖이었다"면서 "이번에 화제가 된 드라마 주제곡은 남녀노소를 망라한 모든 국민에게 사랑받는 노래가 됐다"고 평가했다.
가요제작자인 S모씨도 "드라마를 보면서 장면 장면 마다 삽입돼 등장하는 다양한 리듬의 이 노래에 관심을 갖게 되고 어느 순간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면서 "첨엔 드라마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목소리에 놀랐고, 그 목소리 주인공이 조항조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고 말했다.
덕분에 드라마 시청률 고공행진에도 절대적인 수훈갑이 됐다. '왕가네식구들'은 첫주 방송 당시 10%에서 시작해 20, 30, 40% 고지를 차례로 넘은 뒤 50%대를 넘보고 있다.
이 드라마는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의 실패 성공담을 훈훈하고 찡한 감동으로, 때론 경쾌하게 리드하며 사랑받고 있는 전형적인 가족극이다. 이번 OST곡은 막장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극중 애잔함과 유쾌함을 증폭시키고, 짜릿하고 드라마틱하게 고조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왕가네 식구들' 제작사 드림이앤엠은 드라마 종영 직후인 3월 중 드라마 OST 콘서트를 기획할 만큼 조항조 노래에 같한 애정을 쏟고 있다.
'왕가네 식구들'의 제작사 관계자는 "주말드라마 OST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데 이번엔드라마와 OST가 함께 관심을 받으면서 이례적인 기록을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 OST의 1등 공신인 조항조를 비롯해 가수들과 출연진의 참여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