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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 해가 지나간다. 지상파 KBS MBC SBS를 기준으로 60여 편 드라마가 뜨고 졌다. 월화, 수목 드라마, 주말 드라마, 일일 드라마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사극, 멜로, 가족극, 로맨틱 코미디, 메디컬 드라마는 물론 올해는 호러물, SF, 일드 리메이크작까지 장르도 다양했다. 오는 30일과 31일 연말 연기대상을 앞두고 스포츠조선 엔터팀에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를 총 결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올 한 해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작품부터 기억도 나지 않는 작품, 혹평이 가득했던 작품과 배우까지 각 부문별로 정리해봤다. 스포츠조선 엔터팀
'시청률만 잘 나왔어도….'
고현정의 안방 복귀작 MBC '여왕의 교실'. 수목극 시간대에 초등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학원물이 편성됐다는 것부터 신선했다. 김향기, 김새론, 서신애, 천보근 등 3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아역배우들의 연기는 사랑스러웠고,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따뜻한 진심을 캐릭터 안에 모두 담아낸 고현정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왕따 문제, 학교 폭력, 성적 지상주의 등 대한민국 교육현실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와 감동적인 반전으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초등학생들을 어린이나 아이로만 보는 일반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학생'으로 대하는 성숙한 자세도 돋보였다. 그러나 '여왕의 교실'은 시청자들의 호평에도 방영 내내 단 한번도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동시간대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시청률 20%를 넘기며 독주했지만 이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가족 드라마의 탈을 쓴 막장 드라마가 판치는 일일극 시간대에 SBS '못난이 주의보'의 선전은 다시 한번 주목해 볼 만하다. '못난이 주의보'는 착한 드라마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여주인공이 사랑하는 남자가 새어머니의 과거 연인이었다는 막장스러운 설정이 나왔어도 시청자들은 막장이라고 욕하지 않았다. 두 남녀주인공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시청률에 따라 극 전개가 오락가락하는 한국드라마 현실에서, 동시간대 MBC '오로라 공주'의 맹공에도 흔들림 없이 착한 드라마로 마무리된 것도 칭찬할 만하다.
시청률 4%로 종영한 SBS '내 연애의 모든 것'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분명 색다른 로맨스물이었다. 정치적 신념이 다른 여야 국회의원의 비밀 로맨스를 유쾌하게 그렸다. 남녀주인공 신하균과 이민정의 '케미'도 훌륭했고, 현직 국회의원들이 감탄할 정도로 정치판에 대한 묘사도 리얼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대중들에게 비호감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뉴스에서 매일 보는 그들의 이전투구를 드라마로 또 봐야한다는 피로감이 '내 연애의 모든 것'이 지니고 있는 미덕마저 가렸다.
SBS '출생의 비밀'은 막장스러운 제목으로 인한 선입견 때문에 피해를 본 경우다. 해리성 기억장애로 사랑하는 남자와 아이에 대한 기억을 잃은 여자의 딜레마와 천재 딸을 대하는 무식한 아버지의 부성애를 그린 작품. 웰메이드라는 극찬을 받으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하지만 최종회 시청률은 6% 수준. 다른 제목이었더라면 시청률이 좀 더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