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글쓰기-일본 책읽기 열풍…생생한 현장교육 보고서

임정식 기자

기사입력 2013-12-26 13:41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는 점수에 따라 등급과 서열이 매겨진다. 그 결과 학생들은 내신과 수능시험만을 위해 훈련된 '공부기계'가 됐다. 획일적인 교육으로 인해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줄어들고 있다. 해결책은 없을까?

'미국 글쓰기 교육, 일본 책읽기 교육'(어문학사)은 이런 교육 현실에 숨통을 틔워줄만한 책이다.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미국 글쓰기, 일본 책읽기 교육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 글쓰기 교육 사업에 종사하는 신우성 기자(전 스포츠조선 기자, 현 신우성 글쓰기본부 대표·한국인문사회연구원 기획이사)가 미국에서는 왜 '글쓰기 열풍'이 , 일본에서는 '책읽기 열풍'이 불고 있는가를 직접 현지 취재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2007년 미국 하버드와 MIT, UMASS대학교의 'Writing Center'를 방문해 각 대학별 글쓰기본부와 글쓰기교육 프로그램을 취재했다. 또 현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찾아가서 글쓰기 지도 방법론을 조사했다. 2008년에는 일본 문부과학성과 도쿄 지역의 각급 학교, 이바라키 현의 책읽기 마을 등에서 활자문화부흥운동에 앞장 선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이 책은 미국, 일본 현지 취재 결과와 10년이 넘는 저자의 글쓰기 교육경험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글쓰기와 책읽기를 잘 할 수 있는 방법론을 다루는 동시에 '완전한 한 인간을 양성하는 글쓰기와 글 읽기' 방법을 소개한다. 따라서 학교 교육정책 책임기관, 대학교수·교사, 학부모들이 우리나라의 교육 방향을 점검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부에서는 미국 글쓰기 교육 현장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하버드대학교의 '논증적 글쓰기 강좌(Expos)'는 전문가의 1:1 대면 첨삭 수업, 읽고 토론하고 고쳐쓰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버드에서는 학생 6명이 4년 동안 제출한 글이 600파운드(273kg)이 넘을 정도로 혹독하게 글쓰기 훈련을 시키는데, 그 구체적인 교육 방법이 눈길을 끈다.

MIT대학교은 1년에 약 2백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글쓰기 프로그램인 '의사소통 집중교육(CI)'을 운영한다. 과학자의 글쓰기, 문장력과 사고력 향상을 위한 교육에 집중한다.

책에는 저자가 하버드대 글쓰기 교육 총책임자 토마스 젠 교수, MIT '글쓰기와 의사소통센터' 스티븐 스트랑 소장 등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도 실려 있다. '본인만이 아는 글 잘 쓰는 비결',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는 것', '글쓰기 능력 향상법과 노하우'와 같은 인터뷰는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글쓰기는 전문 지식과 논리력, 표현력을 키워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부에서는 문자부흥운동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일본의 움직임과 초등학교 아침독서운동 현장을 전해준다. 이순신, 김정호 위인전 등 한국 책도 수두룩한 점이 인상적이다. 또 일본의 '독서마을'과 한국의 적자투성이 '영어마을'을 비교하면서 안타까운 우리 현실을 생생하게 되짚어본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창의적이고 생산성 있는 글쓰기와 글 읽기가 학생들을 답답한 교육현실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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