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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대전이 시작됐다. 콘서트 시장의 최고 성수기라 할 수 있는 연말, 국내 가요 기획사 빅3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각각 야심에 가득 찬 카드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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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은 이번에 'SM 깃발'을 높이 올렸다. 소속 아티스트를 총동원한 'SM타운 위크(SMTOWN WEEK)'를 마련, 지난 21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총 여덟차례에 걸쳐 콘서트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한 기획사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콘서트 주간'을 마련한 것은 국내 콘서트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최근 대세돌로 떠오른 엑소부터 데뷔 10주년을 맞은 동방신기의 무대까지 그 구성도 다채롭다. 이는 국내 가요 기획사 중 콘서트 티켓 파워를 갖춘 스타 가수들이 가장 많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이에 맞서 YG는 일본 시장과 국내 시장을 다 잡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영리한' 양현석 다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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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연말 콘서트 킹'인 싸이가 국내 시장을 책임진다. 20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2013 싸이 콘서트-달밤에 체조'는 신곡 '젠틀맨'을 선보였던 지난 4월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던 '해프닝' 이후 8개월 만에 열리는 단독 콘서트이자 2년 만에 여는 국내 연말 콘서트다. 이런 가운데 그룹 빅뱅은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 도쿄돔 공연을 통해 일본 시장을 휘어잡았다. YG를 대표하는 두 장의 빅카드를 꺼내 한국과 일본 양쪽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
한편 JYP는 수장 박진영이 전방에서 직접 뛰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시작한 박진영은 자신의 가수 인생 19년을 총망라했다. 이어 전국투어도 기획했는데, 박진영은 24일 부산 찍고, 25일 대구를 돌아 31일 인천에서 화려한 마침표를 찍는다. '2013 나쁜파티'라는 제목으로, 박진영 특유의 '19금 퍼포먼스'를 통해 다양한 연령층에게 어필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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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은 이번 타운 위크에 약 10만 관객이 모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단 규모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이중엔 해외 관객 1만명까지 포함될 것으로 보여 2014년 SM의 화려한 글로벌 공략에 장밋빛을 더하게 한다.
YG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최근 실적이 둔화된 YG가 이번 빅뱅의 일본 돔 투어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여부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직접 일본 공연을 지켜보면서 YG의 현주소를 살펴봤다는 뒷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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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들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시킨 신인그룹 위너(WINNER)에게 이번 도쿄 공연의 오프닝을 맡기면서 일본 시장 공략의 첫 단추를 끼운 것 또한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관전 포인트를 제시해주지 못한데는 JYP다. 박진영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더이상 새롭지 않은 지금, 투자자들에게 어떤 요소로 어필할지 현재로선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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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말 콘서트의 결과 중 SM의 시도가 유독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근 이수만 프로듀서의 로드맵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인발굴 시스템인 'SM루키즈'를 비롯해, SM은 요즘 가수 하나 성공시켜 매출을 끌어올리는 단기 전략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바로 'SM'의 브랜드화다. 이를 통해 팬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더하는 무형의 가치를 얻는 것은 물론, 직접적인 시장 개척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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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는 소속된 스타 가수 한 명이 사고를 치면 주가가 급락하는, 시장에서 엔터산업의 최고 약점으로 평가되어온 리스크 관리에 있어 훨씬 수월해진 점도 더욱 뜻깊다. 이같은 이수만 프로듀서의 전략이 제대로 통한다면 SM은 이후 브랜드의 힘으로 투자자들의 지갑을 열게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게 된다.
더불어 다양한 사업 전개를 통해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가능해졌다. 지난해 5월 SM과 전격적인 합병 이후 새롭게 사명을 변경한 SM C&C(옛 BT&I)는 요즘 'K팝과 관광'이라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선보이며 재미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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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SM타운위크'는 그 첫번째 대형 프로젝트다. 이와 관련 여행 프로그램을 일찍이 준비한 SM C&C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로 1만여 명의 외국인 팬이 방문해 인바운드 관광객 유치 성과를 내게 됐다"며 "그동안 국내 관광 킬러 콘텐츠가 부족해 싼 가격과 쇼핑 등으로 관광객을 유인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SM타운 위크' 처럼 특화된 여행 콘텐츠로 승부한다면 글로벌 관광객 유치에 있어서도 충분히 고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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