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예대상, '개그콘서트'로 종결 왜?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3-12-23 08:22



2013 KBS 연예대상은 '개그콘서트'로 끝났다.

21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개그콘서트'는 무려 10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김준현 김지민이 최우수상을, 유민상 김민경이 우수상을, 이문재 안소미가 신인상을 받았다. 또 이상덕 작가가 작가상을, '개그콘서트-황해' 팀이 최우수 아이디어상 수상에 성공했다. 이어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 트로피까지 타냈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역시 김준호의 대상 수상이다. 그는 올 한해 '개그콘서트'는 물론 '인간의 조건', '해피선데이-1박2일', '해피투게더3', '퀴즈쇼 사총사', '풀하우스'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이번 시상식에서 강호동 신동엽 유재석 이영자 이경규 등 강력한 선배들을 제치고 대상을 받아냈다. 수상 이후 김준호는 "나 대상 먹었다"고 외쳐 동료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이런 결과는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로 '개그콘서트'로 대상이 탄생한 것은 2003년 박준형 이후 10년 만이다. 그렇다면 이번 이변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먼저 KBS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타사 연예대상은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을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MBC는 쇼 오락 프로그램 및 시트콤에서 활약한 이들에게 상을 몰아준다. '하이킥' 시리즈 출연진의 폭탄 수상이나, 올해 연예대상에서 '일밤-아빠! 어디가?'와 '일밤-진짜 사나이' 등 시청률이 높았던 프로그램이 유력한 대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SBS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하지만 KBS는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를 프라임 시간대 배치, 꾸준히 기회를 줬다. 그만큼 코미디언들에 대한 대우가 타사에 비해 존중받았던 것이다.

이런 노력이 통했을까. KBS '개그콘서트'는 유독 타사와의 '예능 전쟁'에서 쓴 맛을 봤던 2013년에 자존심을 세워준 프로그램이다. 일요일의 절대 강자였던 '해피선데이-1박2일'은 시즌2 출범 이후 MBC '일밤'의 반격에 밀려 낭패를 봤다. 결국 새로운 멤버들로 시즌3를 시작했다.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역시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막을 내렸고, 바통을 이어받은 '맘마미아'와 '슈퍼맨이 돌아왔다'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남겼다. 그런가 하면 강호동의 복귀작으로 야심차게 출발했던 '달빛 프린스'는 시청률 저조로 10회를 넘기지 못한 채 사라졌다.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와 평일로 시간대를 옮긴 '맘마미아', '우리동네 예체능' 모두 시청률 1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개그콘서트'는 20%에 육박한 시청률을 기록, 전체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 자리를 지켜왔다.

KBS로서는 유일한 효자 프로그램이었다. 이에 KBS는 보답했다. '개그콘서트'에 상을 몰아주면서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개그 강국'을 세운 장본인들을 인정했던 것. 더욱이 김준호는 '개그콘서트'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다. 쇼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아직 두각을 나타내진 못하지만, '개그콘서트'에서는 출연하는 코너마다 '다~람쥐', '~쟈나'라는 등 셀 수 없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대박을 냈다. 도박 사건에 연루돼 활동을 중단했을 때도 그는 '개그콘서트'를 복귀 무대로 선택, 셀프 디스로 '개그콘서트'에 활력을 더했다. 그만큼 김준호의 이번 수상은 당연한 결과이자, 개인이 아닌 '개그콘서트' 전체에게 준 상이다.

'개그콘서트'의 반격은 이제 시작됐다. 쇼 오락 프로그램에 맞서 영광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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