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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의 시청률 1위가 증명한 세 가지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3-12-10 11:10


사진제공=KBS

2주 연속 시청률 1위다.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시즌3로 새 출발을 한 KBS '1박2일'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8일 방송된 '1박2일'은 15.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MBC '진짜 사나이'(12.6%)와 SBS '런닝맨'(13.2%)을 제쳤다. 한때 동시간대 꼴찌로 추락했던 '1박2일'의 대반전. 이유가 뭘까?

캐릭터가 살아야 예능도 산다

예능 프로그램의 스토리는 출연진의 캐릭터를 통해 만들어진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한 프로그램에 녹아드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뜻.

'1박2일' 시즌2에선 이게 부족했다. 유해진, 엄태웅, 이수근, 차태현, 성시경, 김종민, 주원이 출연했다. 7명 중 4명이 배우였고, 3명은 같은 소속사 식구였다. 같은 직업에 종사하면서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만 모이다 보니 아무래도 보는 재미가 떨어졌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성격의 멤버들이 많아 '병풍 멤버'란 얘기까지 들어야 했다. 앞에 나서서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지 못하고, 주요 멤버의 뒤에 병풍처럼 서있기만 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시즌3에 접어들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김주혁, 김준호, 차태현, 데프콘, 김종민, 정준영이 출연한다. 기존 멤버인 차태현과 김종민을 제외하면 4명 중 가수가 2명, 배우가 1명, 개그맨이 1명이다. 다양한 직업의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멤버들이 고루 분포됐다. 특히 4차원 정준영, '힙합 비둘기' 데프콘 등 개성이 뚜렷한 멤버들이 합류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멤버들이 개성을 발산하면서 시즌2엔 없었던 재미를 주고 있다는 평가. 김주혁 역시 의외의 예능감을 보여주며 선전하고 있다.

애매해진 제작진 역할

'1박2일' 시즌3는 방송을 시작하기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어떤 멤버들이 새롭게 합류할지, 어떤 식으로 프로그램이 바뀔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당시 한 KBS 관계자는 "새로운 멤버들이 합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프로그램 자체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큰 변화를 원했다면 '1박2일'을 폐지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것이다. 시즌3의 형식으로 제작한다는 것은 '1박2일'의 장점을 고스란히 갖고 가겠다는 뜻"이라는 것.

실제로 시즌2와 비교했을 때 시즌3는 연출 방식이나 진행 방식에서 큰 차이점이 없다. 시즌2의 제작진도 비슷한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꾸렸다. 바뀐 것은 멤버 구성 뿐. 이 멤버들을 선택한 것 역시 지금의 제작진이지만, 프로그램 상승세의 이유는 결국 제작진보다는 멤버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여행지를 섭외하고 게임을 준비하는 등 큰 틀을 짜는 것은 모두 제작진의 몫이다. 그리고 그 역할이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그러나 제작진이 만들어놓은 큰 틀 안에서 놀아야 하는 것은 출연진이고, 출연진 개개인이 어떤 역량을 발휘하냐에 따라 프로그램 분위기는 180도 달라진다.

한 예능 관계자는 "프로그램 특성에 따라 제작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작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리얼'을 표방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제작진이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출연진이 잘 놀 수 있는 판을 어떻게 만들어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믿고 보는 '1박2일'

새 멤버 영입 소식 때문에 시끌벅적했다. "과연 할 수 있을까"란 냉소적인 시선도 있었다. 덕분에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새롭게 합류한 멤버들이 '1박2일'에 어떻게 적응해나가는지, '1박2일'이 과연 시청률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등 하나하나가 모두 이야깃거리가 됐다. 일부러 만들래야 만들 수 없는 '1박2일'만의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셈.

'첫 방송 효과'일 수도 있다. 잠시 반짝한 '1박2일'의 인기가 금세 식을 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1박2일'이 시청률 1위 자리를 손쉽게 넘겨줄 것 같진 않다. 방송 다음 날,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엔 '1박2일 시청률'이란 말이 올라왔다. 새 단장을 한 '1박2일'이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했는지 시청자들이 그만큼 궁금해하고 있다는 뜻.

시즌3만의 스토리 외에 또 다른 인기 이유가 있다. 바로 '1박2일'의 브랜드 네임이다.

'1박2일'은 시즌1을 통해 '국민 예능'으로 사랑을 받았다.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일요일 저녁을 책임졌다. 이 과정에서 '1박2일'은 국내를 대표하는 인기 예능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시즌2가 부진을 거듭했을 땐 안 좋은 얘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있었기 때문. '1박2일' 시즌3의 선전은 재밌어진 '1박2일'을 보고 싶어했던 팬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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