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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성재 "10년 뒤의 내 모습이 더 기대돼"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12-10 10:36


사진제공=포토그래퍼 김두현(studio 100)

사진제공=포토그래퍼 김두현(studio 100)

MBC '구가의 서' 종영 후 이성재를 만나고 싶었다. 섹시할 정도로 섬뜩한 악역 연기에 경외심마저 생겼다. 20년 배우인생 처음으로 사극을 마친 소감도 궁금했다.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하지만 그는 곧장 가족을 만나러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4년차 기러기 아빠인 그. 아쉬웠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금세 돌아왔다. 자신과 꼭 어울리는 네 아이의 아빠로. SBS '수상한 가정부'의 은상철은 아내를 잃고 아이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싱글대디다. "내가 ATM 기계냐"면서 서운함을 토로하는 은상철의 모습은 가족 안에서 설 자리를 잃은 우리네 아빠들의 모습과 닮은 점이 많았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이성재에게도 조금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대사 중에 '아내가 살아 있을 때 더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이 있었어요. 그땐 아내를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아내에게도 '당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문자를 보냈죠. 함께 있을 때 몰랐던 소중함을 떨어져 지내면서 알게 됐어요. 부모님도 마찬가지죠. 몸이 불편하신 요즘에서야 건강하실 때 좀 더 잘해드릴걸 하는 후회가 돼요."

네 아역배우는 이성재를 유독 따랐다. 평소 호칭도 '아빠'. 큰 딸 김소현은 이성재의 둘째 딸보다 한 살 어려서 더 친근했고, 셋째 남다름은 이성재와 눈만 마주쳐도 '아빠 사랑해요'라며 졸졸 따라다녔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막내 딸 강지우에게 이성재의 애정이 조금 더 실렸다. 친아빠의 질투를 받을 만큼 뽀뽀도 잘해줬다고. 덕분에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해소됐다. "저는 딸이 좋아요. 요즘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사랑이 귀엽더라고요. 사랑이를 보면 딸 하나 더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아내는 허락 안 하겠지만. 하하."

박복녀 역을 맡은 최지우와는 첫 호흡임에도 원래 친분이 있었던 건가 싶을 정도로 잘 어울렸다. 그는 "특출나게 개성이 강한 얼굴이 아니어서 그렇다"며 껄껄 웃었다. "박복녀 캐릭터가 정말 멋있어요. 최지우에게도 '네 눈빛에서 야릇한 카리스마가 보인다'고 얘기한 적이 있죠. 3개월간 밤 12시 이전에 촬영이 끝난 적이 없는데도 정말 유쾌하게 잘해줬어요. 정말 대단한 배우예요."

중반 이후로 캐릭터로서의 박복녀가 진심으로 좋아졌다고 했다. 그래서 연기할 때 사랑의 눈빛을 표현했다. "박복녀와 연애를 한다면 어떤 느낌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중반 이후로 멜로로 풀리지 않은 점은 약간 아쉬웠죠."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것도 연기에 도움이 됐다. 카메라 앞에서 한층 자연스러워지면서 일상성이 필요한 연기에 리얼리티가 살아났다고 했다. 물론 처음엔 이렇게 오래 출연할 생각은 아니었다. 딸들에게 아빠가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파일럿 출연에 응했는데 나중에 정규 편성될 줄은 몰랐다. "예능 같지 않은 예능이라 저에게 맞았던 거 같아요. 완전히 100퍼센트 리얼이라고는 못해도 날것 그대로를 보여드리려 했죠. 파일럿 촬영을 한 뒤에 아내에게 말했는데, 정색하면서 혼을 내더라고요. 아내 입장에선 걱정이 됐을 거예요. 하지만 나중엔 즐겨 보더라고요. 저 역시도 제가 몰랐던 제 모습을 새롭게 알게 돼 재밌었어요. 표정이 꽤 귀여울 때가 있더군요. 하하. 저에게는 보너스 같은 프로그램이었죠."

올해 이성재의 인생 그래프는 가파른 상승곡선이다. '수상한 가정부'를 비롯해 MBC '아들 녀석들'과 '구가의 서'까지 세 편의 드라마를 마쳤고, '나 혼자 산다'에서 포착된 개구진 모습에 '키덜트' '귀요미 중년' '꽃중년'이란 수식어도 생겼다. 그 중간에는 드라마어워즈 시상식의 MC로 나서기도 했고, 최근엔 SBS '힐링캠프' 녹화를 가졌다. 최근 4~5년간 조금 주춤했던 아쉬움을 털어내면서 대중에게 더 가까워졌다. 그 스스로도 "이제 밟아 올라가는 단계"라고 했다. 하지만 '제2의 전성기'란 수식어엔 손사래를 쳤다.

"몇 년 전 일이 잘 안 풀릴 때, 내 자신이 불성실했던 건 아닌지 돌아봤어요. 하지만 그건 아니더라고요. 시련은 터널이지 동굴이 아니란 말을 믿고, 지금처럼 계속 해나가자고 다짐했죠.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어요. 저는 아직 전성기가 안 왔다고 생각해요. 항상 자신있게 말하곤 합니다. 10년 후 내 얼굴이 더 좋을 거 같다고요. 아무도 날 찾지 않을 때 과감히 접는다는 절실함으로 마음을 다지고 있죠."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포토그래퍼 김두현(studi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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