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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았다. 제작비도 편성도…. 고소영의 희생과 의지가 없었다면 만들 수 없는 다큐멘터리였다."
'엄마의 꿈'은 지난해 고소영과의 인터뷰 자리에서부터 시작됐다. "소외된 계층의 아기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단발성이 아니라 꾸준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필요하다면 직접 뛰어다닐 수도 있어요. 처음부터 아기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결혼 전에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아기도 별로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죠. 식당에서 아기들이 울면 '왜 식당에 아기를 데려와서'라고 생각했어요. 그랬던 제가 아기가 생기니까 너무 소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다른 아기들의 행복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주변에서 이런 저를 보고 180도 달라졌다고들 물어보는데요. 어찌 보면 이기적인 마음일 수도 있어요. 제가 아기를 키우니까 다른 아기들도 행복해야 세상이 행복해지고, 그 속에서 우리 아기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가식도 없고, 포장도 없었다. 그저 소외된 아기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게 고소영의 바람이었다. 이 바람은 2010년 남편 장동건과의 사이에서 아들 준혁 군을 낳은 후부터였다. 매년 준혁 군의 생일을 맞아 미혼모와 소외된 아기들을 위해 거액을 기부해왔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한 발짝 다가서서 적극적으로 돕고 싶었다. 그렇게 다큐멘터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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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소영은 억지로 눈물 짜는 다큐멘터리는 지양하자고 했다. 미혼모들을 불쌍한 존재로 그리기보다 오히려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시선을 바꿀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자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고소영의 이같은 생각은 우려도 있었다.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들을 이같은 시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가 없었기에 걱정도 됐다. 이런 우려에도 고소영은 용기를 냈다.
당시 둘째를 임신 중이었지만 적극적이었다. 고소영은 임신 사실을 스태프들에게도 알리지 않길 바랐다. 어렵게 다큐멘터리 촬영을 결정한 미혼모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촬영을 맡았던 신 감독 조차도 기사를 보고 임신 사실을 알았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고소영의 배려는 컸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고소영의 톱스타 브랜드만 생각하고 제작비와 협찬에 관심을 보이던 대기업들의 무리한 요구가 발목을 잡았다. 고심 끝에 미혼모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생각하고 과감하게 거절했다. 결국 취지에 공감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제작 지원을 나섰고, 고소영 역시 희생을 감수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정현주 대리는 "미혼모들은 대기업도 정부도 선뜻 도와주지 못하는 사각지대다. 톱스타가 나서준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 관심을 보낼 수 있고, 특히 미혼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인식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서 지원하게 됐다"며 "고소영씨가 아무도 나서지 못하는 곳에 나서준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고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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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과 함께 출연한 미혼모 문희주(18)양의 말이다. "내 선택에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쯤 고소영 언니를 만났어요. 언니가 '진짜 잘했다! 얼마나 힘들었니? 잘 선택했다. 대견해'라고 하는 말을 듣고 '잘하고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도 대견하다고 말해준 사람이 없었는데, 언니가 그 말을 해줬어요"라며 "앞으로도 언니의 응원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할 거예요" 고소영의 용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